서울시의 여성1인가구 1인점포 '불안해소 4종세트'.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혼자 사는 여성 250가구에 ‘불안해소 4종세트’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을 계기로 내놓은 범죄예방책이다. 사건이 발생한 관악구 신림동을 비롯 양천구 목2동 등 여성 1인가구가 많이 사는 8개동이 신청 대상이다. 세트에는 초인종이 울릴 때 외부인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비디오 창’, 문이 강제로 열리면 경보음이 울리는 ‘문 열림 센서’, 위험 상황시 당기면 112에 자동 신고되는 ‘휴대용 비상벨’, 이중잠금을 위한 ‘현관문 보조키’ 등이 있다. 시는 지난 10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4종세트’를 보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건 대책이 사실상 여성들에게 ‘안전은 셀프’라는 점을 상기하게 하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여성 중 현관문 이중 잠금이 중요하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배달음식을 시킬 때 문을 함부로 열면 안 된다는 것도 불문율이다. ‘셀프 방범’에 드는 비용을 지원해 주니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비슷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여성안심귀가앱’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대책이 실효성이 있다면 조금은 달가웠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2015~2017년 발생한 주거침입 성범죄는 매년 꾸준히 300건을 웃돈다.

혼자 사는 여성들이 원하는 건 ‘밤늦게 다니지 말라’ 수준의 무력한 예방책이 아니다. 주거침입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이다. 하지만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이미 국회에 발의된 ‘스토킹 처벌법’은 3년째 계류 중이다. 법무부가 지난해 5월 보완책으로 입법예고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1년째 발의조차 안됐다. 그나마 이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범죄의 반복성을 따지는 탓에 이번 신림동 사건의 가해자에게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법무부 양형위원회가 최근 신림동 사건을 계기로 주거침입범죄의 양형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 4월에야 논의가 시작된다. 주거침입 성범죄를 단죄할 근거를 만들 국회가 정작 두 달 넘게 파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