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11명 인권ㆍ시민감찰위 회부
“정신질환 알고도 타해 위험 예방 조치 안 해”
지난 4월 17일 오전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ㆍ살인 사건과 관련, 7개월 전부터 안인득에 대한 폭력 성향을 알리는 이웃들의 신고가 잇따랐지만 경찰이 미흡하게 대처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남경찰청은 사건 직후 4월 18일 경남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을 팀장으로 진상조사팀(36명)을 꾸려 2개월 가까이 진행한 조사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경찰은 방화 살인으로 흉기에 찔려 다친 안인득의 윗집 주민에 의해 지난 2월 28일, 3월 3일ㆍ12일ㆍ13일 신고가 반복됐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해당 주민은 “안인득이 폭언을 퍼붓는다. 불안해서 못 산다”, “그저께도 신고한 적이 있는데, 또 오물을 뿌려놨다”라거나 “무서워서 집에 못 가겠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 됐으며 이에 대해 경찰은 2월 28일에는 상담을, 3월 3일에는 폐쇄회로(CC)TV 설치를 안내하는 데 그쳤다.
이어 3월 12일에도 오물을 뿌린 혐의(재물손괴)로 안인득을 불구속 입건해 송치하기는 했지만 그 다음 날에는 계도 조처만 했다.
경찰은 상대가 안인득으로 확인된 지난 2월∼3월 이뤄진 신고 4건과 관련, 경찰관 9명이 반복된 신고와 사건 처리를 하면서도 이웃 간 시비로 오인해 신고자의 불안과 절박함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3월 13일 윗집 주민의 딸이 따로 경찰서 민원상담실을 찾아 신변보호 요청을 했는데도 “요건이 안된다”는 취지로 돌려보낸 경찰관 역시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 일부 피해자들이 신고 과정에서 안인득이 정신질환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지만,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경찰관들의 노력도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한 경찰관은 3월 10일 안인득의 술집 특수폭행 혐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안인득 형으로부터 정신질환 전력을 확인하고도 행정입원 등 타해 위험을 막기 위한 실질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관련 경찰관 31명을 38차례 조사한 다음 이들 중 11명을 변호사ㆍ교수 등 21명으로 구성된 경남경찰청 인권ㆍ시민감찰 합동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
인권ㆍ시민감찰 합동위원회는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조사 의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며, 경찰은 합동위원회가 정한 감찰조사 대상자에 대해서는 다시 감찰을 벌여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제2의 안인득 사건 방지를 위해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보를 관련 센터와 경찰이 공유하도록 하는 등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인득은 4월 17일 오전 4시 25분쯤 진주의 본인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8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돼 현재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질환 감정을 받고 있다.
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