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 센서로 체형 읽으면
모터가 맞춤옷 입듯 조정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를 떠올려보자.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아이언맨, 블랙위도우 등 인기 캐릭터들이 스친다. 이중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는 누구일까. 혁신적인 과학 기술과 어마어마한 비용을 투자해 탄생한 아이언맨일 것이다. 인공지능(AI) 비서 ‘프라이데이’를 부르면 공중에서 날아오는 강철 수트가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몸에 달라붙는다. 이내 그의 신체에 맞게 조립되면서 ‘완전체’가 된다. 강철이 몸의 굴곡을 따라, 마치 관절이 맞춰지듯 딱, 딱, 딱 소리를 내며 입혀진다.
현실에서도 아이언맨 수트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게 안마의자라고 한다면 코웃음을 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최근 안마의자는 최대한 신체와 밀착돼 각 사용자의 체형을 읽고 그에 맞게 세팅 된다. 과학 기술의 발달은 2D가 아닌 4D를 경험하게도 한다. 안마의자 안에 있는 마사지 모듈이 단순히 전후좌우로 움직이는데 그치지 않고, 길게는 8㎝까지 튀어나와 인체 체형에 맞게 딱 밀착해 시원한 안마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이언맨의 과학을 경험하면서 피로를 풀고 싶다면 안마의자만 한 게 없다.
안마의자의 비밀 병기는 ‘모터’
안마의자는 앉자마자 과학의 힘이 작동한다. 사용자의 몸을 인식하는 적외선 센서가 먼저 반긴다. 센서는 자동으로 어깨 높이와 다리 길이를 감지해 체형에 맞추라고 명령을 내린다. 이내 안마의자는 맞춤옷을 입듯 어깨와 다리가 편안하게 자리를 잡으며 공간이 조절된다. 체형에 최적화된 상태가 유지된다. 한마디로 아이언맨의 강철 수트가 내 체형에 맞게 변신해 편안한 착용감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사용자의 체형을 읽은 안마의자는 모듈, 롤러, 에어백 등이 움직이며 온 몸을 안마하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건 바로 모터다. 안마의자는 일반적으로 4,5개의 모터가 달려 있다. 예전에는 양 옆 방향만 움직였다면 지금은 앞뒤로 튀어나와 상하, 좌우, 전후 방향으로 사람 몸에 밀착해 입체적으로 움직인다. 이 모터는 모듈을 작동시켜 주무르고, 두드리며, 상하로 문지르는 등의 안마기능을 가능하게 한다. 주무르는 기능의 모터는 모듈에 붙은 마사지볼을 가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고, 두드리는 기능의 모터는 마사지볼을 세로방향으로 움직이게 해 지압까지 해준다.
또한 안마의자 다리 부분에 집중적으로 장착된 롤러도 모터가 주도한다. 종아리 후면에 달린 회전형 롤러는 종아리를 강하게 자극하며 다리를 마사지해주고, 발바닥 롤러가 돌아가면서 손으로 눌러주듯 지압 마사지를 해준다.
결국 안마의자의 기본 원리는 모터의 힘과 연결된다. 그래서 모터의 성능이나 개수에 따라 안마의자의 등급과 가격이 결정된다. 1,000만원을 넘는 최고급 안마의자의 비밀도 바로 모터에 있다. 값비싼 안마의자에는 보통 9,10개 정도의 모터가 투입된다. 모듈을 움직이는 모터를 기본으로, 하체 각도와 등판 각도 조절 등도 모터가 해결하기 때문이다.
모터의 고장 여부가 안마의자의 생명 주기를 좌우하는 이유다. 최근 안마의자는 최장 60개월 가까이 렌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장시간 렌탈 기간 동안 모터에 고장이라도 나면 큰일이다. 그래서 업계에선 “안마의자에 들어가는 모터만큼 튼튼하고 최상급인 모터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365일 매번 같은 강도와 속도로 모듈의 움직임을 주도하고, 지압 효과를 주는 롤러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선 최상의 모터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주무름과 두드림 등의 안마 횟수는 어느 정도 될까. 마사지볼이 가로방향으로 움직여 주무르는 효과는 보통 분당 최저 15회~최고 40회 정도까지 가능하다. 마사지볼이 세로방향으로 움직이는 두드림은 보통 분당 최저 200회~최고 600회 정도다. 마사지를 받는 기본 시간이 20분인 점을 감안하면 주무르고 두드리는 마사지 횟수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최상급의 안마의자일수록 주무름과 두드림의 횟수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안마의자 하나로 미래를 꿈꾼다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직장인이라면 회사나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갑작스런 휴가 일정을 잡기 힘들고, 주말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학생들도 학업에 지쳐 쉴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 하지만 안마의자는 단 20분 정도면 피로를 풀 수 있다. ‘1가구 1안마의자’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지난 10년 간 30배 이상 커지면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안마의자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졌고 똑똑한 기능을 탑재해 의료기기 못지 않은 안마의자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그 중 국내 시장에서 60%가 넘는 점유율로 업계 1위인 바디프랜드는 아예 전문의들을 영입해 메디컬 연구개발(R&D)센터를 두고 차별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피로를 푸는 데 그치지 않고, 안마의자로 원격치료가 가능하고 정서적인 안정까지 취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꾸는 것이다.
13일 서울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만난 공덕현 메디컬 R&D센터 실장(한방 재활의학과 전문의)과 임정환 책임연구원(공학박사), 그리고 김한일 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입을 모아 “안마의자는 과학과 의학의 미래를 모두 담고 있다”고 말했다.
공 실장은 병원에 있는 의사가 안마의자를 통해 집에 있는 환자를 원격진료 할 수 있는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그는 “현재 안마의자는 신체와 가장 밀착돼 있는 기계”라며 “여러 센서가 부착돼 있어서 신체의 신호들을 감지하고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건강체크와 각종 질환 경고 등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전망한다.
정신 건강까지 책임지는 안마의자는 어떨까. 주파수를 이용해 소리로 뇌를 마사지하는 기술을 개발한 임 책임연구원은 “정서를 건드려주는 ‘멘탈마사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치매 환자 등 신경정신계 질병을 가진 이들에게 ‘명상마사지’ 등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발달은 말할 것도 없다. 안마의자에도 인공지능(AI) 기능이 추가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최고급 안마의자에는 중앙처리장치(CPU)칩이 삽입돼 있다”며 “인체의 스트레스 지수를 체크해주는, 뇌가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딥러닝’ 즉 학습하는 단계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 가족이 사용하는 안마의자가 사용자의 신체를 기억하고 저장하는 과정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얘기다. 각 사용자의 마사지 취향이나 선호도를 파악하고, 날씨나 스트레스 지수에 따라 마사지를 추천하는 등의 기술이 조만간 펼쳐질 지도 모를 일이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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