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월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정책간담회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위촉과 주52시간제 현장안착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시스

최근 고용률과 취업자 증가율의 개전 흐름에도 제조업 고용은 여전히 줄고 있다. 핵심 노동력인 30~40대의 고용도 흔들리고 있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향후 경제 전망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우려되는 것은 내년부터 시작될 중소기업의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제대로 진행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흔히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을 묶어서 쟁점을 만들고 있지만 사안을 다루는데 있어 두 문제는 구분돼야 한다. 최저임금은 OECD 중간 수준이던 것을 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리자고 대선에서 정치적으로 공약한데서 출발했다. 그래서 최저임금 진통을 푸는 방법도 결국 상당 부분 정치적 논쟁을 피할 길이 없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은 OECD 최하위 수준인 장시간 노동과 이에 결합된 저생산성을 벗어나야 한다는 10여년의 노사정 논의와 공감대 형성을 거쳐 추진된 것이다. 따라서 굳이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보다는 차분히 경제의 내실을 다지는 혁신의 계기로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경제 전망은 좋지 않고 내년 총선으로 인해 불확실성과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소기업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나 처벌 유예 요구도 나오고 있고 몇몇 조사에서는 중소기업들의 절반 이상이 주 52시간 대응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해법이 나타나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도 있다.

법 시행까지 6개월여 남은 기간에라도 중소기업들을 돕고 어렵게 이룬 근로시간 단축 법 개정의 취지를 살리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우선 사실상 노사정 동의를 얻은 탄력근로제의 6개월 한도 허용에 대해 국회가 조속히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올해 남은 몇 달 동안 준비를 해서 내년부터 중소기업들이 제대로 주 52시간을 시행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내년에 상황이 악화하기 전에 보다 적극적이고 예방적으로 중소기업들의 근로시간 단축을 지원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건비 지원만으로는 전면적인 중소기업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변화 관리를 감당하기 어렵다. 자영업자들에 대한 단순 인건비 지원과 달리 30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조직 안에 다양한 특징과 애로 요인, 그리고 문제 해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전국적으로, 업종별로 근로시간 단축 지원단을 구성해 정책지원 컨설팅을 통해 보다 효과적이고 차별화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단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기업들은 인력 절감적인 자동화나 스마트화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우리는 로봇이 제조 현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나라이고 그 확산속도도 가장 빠르다. 2017년 기준으로 노동자 만 명당 로봇 활용 대수는 세계 평균 85대에 비해 월등히 높은 710대나 된다. 제조 강국인 독일, 일본보다 두 배 높은 수준이다. 국내 한 연구원은 주 52시간으로 인한 자동화로 최대 22만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주 52시간 제도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인해 이렇게 움직이는 중소기업들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스마트공장 지원을 받아 변신에 성공한 기업들이 생산성이 올라가고 작업환경이 효율화되면서 오히려 인력들이 추가로 늘어난 경우도 다수 있다. 단지 자동화가 아니라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식과 환경을 조성해주고 새 공정에 맞도록 기존 인력의 재훈련을 돕는다면 고용이 유지되는 것은 물론 생산성 확대로 추가 고용도 가능하다. 자칫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노동 강도의 강화로 고령자들이 직장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없도록 생산성에 맞는 임금체계를 갖추도록 노사를 설득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혹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내년에 처벌 유예를 한다 해도 진단을 통한 개선계획을 제출받아 이행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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