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대표적인 지한파 정치인 “고인 유언대로 한반도 평화 바라”
이순자 여사ㆍ이재용 부회장도 조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용재홀에서 '한반도의 신시대와 동아시아의 공생'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고(故) 이희호 여사 장례 이틀째인 12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가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코코로카라 오이노리(마음으로 고인에 대해 빌었습니다)”라며 이 여사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연세대학교에서 강연을 마친 뒤 오후 4시쯤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그는 빈소에 있던 이낙연 총리와 유족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유족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고 돌아간 다른 인사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대화를 주고 받은 것이다.

오후 4시30분쯤 빈소를 떠난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안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한 말씀 부탁드린다’, ‘가족에게 어떤 말을 전했나’라는 본보의 질문에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마음으로 고인을 추모했다”고 짧게 답했다.

이와 관련 이낙연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하토야마 전 총리가) 부음을 듣고 조금 전 조문을 오셨다. 이 여사님의 비보에 대해 조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 총리에게 “이 여사님의 유언대로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국민들께서 여사님을 오랫동안 사랑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 “조문해 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렸다”며 “김 전 대통령과 여사님께서 가장 고난을 받으셨을 때 일본 국민과 그리고 재일동포들이 도와주신 데 대해 생전에 고마워 하셨다고 인사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군사정부 시절 계엄 등으로 언론이 심하게 제약을 받을 때 김 전 대통령의 동정이나 주장을 일본 언론이 잘 보도해 주신 데 대해 생전에 고맙게 생각하셨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최근 한일관계에 대해 “이 여사님 기원대로 한반도 평화에 대해 북한이 모처럼 평화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펼쳐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이 총리는 전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 내 대표적인 지한파 정치인으로 꼽힌다. 2009년 9월 총리에 취임한 그는 54년 만에 자유민주당(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내 주목을 받았다. 하토야마 전 총리에 앞서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추 대사는 “이 여사님이 한중관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해주신 점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이 찾아 눈길을 끌었다. 전직 대통령 가족들도 발걸음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와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가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밖에 김명수 대법원장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김경수 경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등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재용(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를 조문한 뒤 박지원(오른쪽 두 번째) 민주평화당 의원의 안내를 받으며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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