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저는 기념관으로… DJ 노벨상 상금은 기념사업 기금으로” 유언장 공개
이희호 여사는 하늘나라로 가기 전 마지막까지도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염원했다. 10일 97세 일기로 타계한 이 여사의 유언은 간결하지만 묵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평생의 과업으로 삼았던 민주주의 실현과 평화통일을 유언장에도 또렷하게 새겼다.
김성재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이 11일 공개한 유언을 보면 이 여사는 자신보다는 국민과 민족을 걱정하는 퍼스트레이디로서의 품격을 보여줬다. 이 여사는 “우리 국민들께서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저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특히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며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통일을 기원했다.
이 여사는 자신과 김 전 대통령이 머물던 대통령 부부의 공간을 일반인들이 둘러볼 수 있는 개방된 곳으로 탈바꿈시킬 것도 주문했다. 이 여사는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라”고 당부했다. 동교동 사저는 이 여사가 김 전 대통령 퇴임 후 함께 머물던 지상 2층 지하 1층의 양옥집이다.
이 여사는 생전 “남편은 노벨상 상금 11억원 중 3억원을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 기증했고, 나머지 8억원은 해마다 12월에 이자를 받아 불우이웃 돕기와 국외 민주화운동 지원에 써왔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에게 유언을 집행할 것을 요청하면서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김대중평화센터 사업을 잘 이어가 달라”는 말을 남겼다.
이 여사는 지난해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세 아들의 동의를 받아 이 같은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 김 상임이사는 “이 여사님께서는 평생 어려운 사람들,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늘 함께 하시고,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으로서 남과 북의 평화를 위한 일을 계속하시다가 소천하셨다”고 말했다.
조문 첫날인 11일 추모물결 속에서 빈소 중앙에 놓인 영정 속 이희호 여사는 활짝 웃는 얼굴로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영정 사진은 퍼스트레이디 시절 모습으로, 이 여사가 생전에 가장 좋아해 직접 고른 사진이다. 영정 아래 놓인 훈장과 성경책은 그가 걸어온 숭고한 삶을 알려주고 있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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