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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 조문 첫날, 이른 아침부터 좌우 넘나든 추모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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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 조문 첫날, 이른 아침부터 좌우 넘나든 추모 행렬

입력
2019.06.11 19:00
수정
2019.06.12 00: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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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등 동교동계 상주 역할… DJ 탄압한 전두환도 조화 보내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희호여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희호여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11일 이희호 여사 빈소가 마련된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은 ‘1세대 여성운동가’이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유신독재, 신군부 탄압에 맞서며 파란만장한 정치사를 온몸으로 겪었던 고인의 삶의 여정을 반영하듯, 각계 인사들의 추모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여야 5당 대표는 물론, 서슬퍼런 민주화투쟁 시기 탄압의 장본인인 전두환 전 대통령도 조화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는 김 전 대통령에게 내란음모 혐의를 덧씌우며 사형을 선고했고 이 여사는 구명에 앞장섰다. 전 전 대통령은 10년 전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직접 조문한 바 있다.

이 여사가 10일 밤늦게 별세하면서, 유가족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조문객을 받기로 했으나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이 밀려들자 오전 11시 30분으로 시간을 앞당겼다. 한광옥 전 비서실장과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 등 김 전 대통령 가신그룹인 동교동계 인사들은 빈소를 지키며 황망한 표정으로 장례 절차를 논의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 조문을 마치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 조문을 마치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을 시작으로 정식 조문이 이뤄졌으며 민주당 이해찬, 한국당 황교안,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등 여야 5당 대표들은 오후 2시 전에 모두 빈소를 찾았다. 문 의장은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시련을 극복하는 삶을 사신 (이 여사의) 생애를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해찬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은 나의 정치적 스승이었고, 이희호 여사는 대통령님의 정치적 동지로, 훌륭하게 살아오신 여사님을 우리가 본받겠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대표는 “평생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서 헌신하신 이희호 여사님의 소천에 저와 한국당은 깊이 애도한다”고 말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국회는 두 달 넘게 공전하고 있지만 이날만큼은 모두 이 여사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황 대표를 포함한 여야 5당 대표는 장례위원 고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북유럽 3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오후 2시쯤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노 비서실장은 차남 홍업씨에게 “문 대통령께서 귀국하는 대로 오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이명박(왼쪽부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있다. 현재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강유빈 기자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이명박(왼쪽부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있다. 현재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강유빈 기자

현재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한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들도 조화를 보내며 애도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도 이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조문했다. 권 여사는 전날 오후에도 이 여사 병문안을 갔다. 이 자리에서 권 여사가 “제가 외로울까봐 봉하마을도 자주 오시고 했는데, 여사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여사님은 좋으시겠습니다, 대통령님 곁에 가실 수 있어서”라고 하자 이 여사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고 박한수 김대중평화센터 기획실장은 전했다.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 여사가 운명하기 직전인) 11일 오후 10시 45분쯤 가족들이 모여 찬송가를 불렀는데 이 때 여사님이 같이 따라 부르시는 것처럼 입을 깜빡깜빡 하셔서 가족들이 놀랐다”며 “이후 큰 며느리인 윤혜라씨가 ‘고마웠고 감사해요, 편안히 가세요’라는 마지막 인사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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