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로 조직적인 채용 비리 실태가 드러난 부산항운노조 사무실. 부산=연합뉴스

조합원만 약 7,700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항운노조인 부산항운노조에서 채용ㆍ승진 비리가 또 적발됐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10일 부산항운노조의 취업 비리를 수사해 전 위원장 2명과 터미널 운영사 임직원 4명, 일용직 공급업체 대표 2명 등 31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합원 가입이나 조장ㆍ반장 승진 등에 많게는 1인당 8,000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친인척을 유령 조합원으로 등록해 근무 여건이 좋은 부산신항에 전환 배치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과정에 국가인권위원회 간부도 연루됐다.

부산항운노조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산부두노조를 모태로 1981년 출범한 이후 끊이지 않았던 뒷거래 의혹은 2005년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당시에도 취업 비리 혐의로 전 위원장 3명을 비롯해 40여명이 재판을 받았다. 2010년 취업 비리로 구속된 전 위원장은 수감 중에도 부정 채용에 간여해 금품을 받는 행각까지 벌였다. 이번 수사로 전 위원장 7명 전원이 구속됐다는 사실이 부산항운노조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 준다.

이 같은 비리는 항운노조가 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항만 일대에서 하역 업무에 관한 근로자 공급사업권을 갖고 조합원 채용 및 지휘ᆞ감독을 하는 사용자 성격까지 갖는 데서 비롯한다. 이로 인해 ‘취업 후 노조 가입‘이 아니라 ‘조합 가입 인력만 채용’이 관행이 됐다. 노조가 막강한 권한을 쥐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노조 간부가 얼마든지 뒷돈을 챙길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다.

비리가 적발될 때마다 부산항운노조는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다. 2005년 검찰 수사 이후 투명한 인력 관리를 다짐하며 항만인력수급위원회, 인사추천심의위원회 등을 새로 설치했지만 전혀 나아진 게 없다. 이번에도 비리가 적발되자 현 위원장 역시 “빠른 시간 안에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런 울림이 없다. 법 개정 등으로 제도적 틀을 바꾸지 않고서는 노조가 독점한 권한을 분산할 수 없다. 복수 노조를 허용해 노조끼리 견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해양수산청 등 당국의 감독 강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노동자 권익 보호라는 미명 아래 이런 불법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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