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과 ‘건국’의 철저한 분리는 어려워
지금 두 훈장을 같이 달긴 곤란하지만,
훈장이 없다 해서 업적 없는 것은 아냐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64회 현충일 추념사를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현충일에 대통령은 광복군이 좌우합작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김원봉의 이름을 언급했다. 국가를 위해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는 현충일에 굳이 그 이름을 콕 집어서 말해야 했느냐고 보수는 이의를 제기했고, 논란은 커졌다. 그는 단순히 좌익이었던 데 그치지 않고, 월북 후 전쟁을 일으킨 북한 정권에서 국가감찰상과 노동상을 지냈기 때문이다. 좌우합작을 강조하더라도, 이념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충분히 있었다.

정부가 그에게 유공자 포상을 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결국 청와대는 며칠 만에 사태를 정리했다. 보훈처 규정은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 및 적극 동조한 것으로 판단되거나 정부수립 이후 반국가 활동을 한 경우 포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며, 따라서 그에게 독립유공자 훈장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명확하고 정당한 규정에 따라 정부가 움직였다면, 이념 갈등은 공연히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괴로운 일이 많은 상황에서 그 갈등은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월북한 독립운동가의 문제는 정리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청와대가 규정 때문에 월북 독립유공자의 서훈이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자, 김원웅 광복회장이 이의를 달았다. “독립유공자 서훈을 일제강점 시절 독립운동을 했는지 여부로 평가해야지 해방 이후 행적을 심사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보훈처의 규정은 국가 차원에서 항일운동과 건국을 연속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반면에, 김 회장은 반대로 그것이 별개의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게다가 김 회장은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이 항일 업적을 가진 약산에게 훈장 줄 도덕성이 없다”며 훈장 수여 문제를 대한민국의 도덕성과 연결시키고 있다.

이런 견해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국가 차원에서 항일 행적과 건국 이후의 행적을 철저히 분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항일 업적’만을 절대선으로 여길 경우, 건국 이후의 행적은 자칫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아직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고 또 북한 정권이 적대적 군사행동을 멈추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정권의 수립과 남침에 기여한 사람들까지 독립운동가의 훈장을 줘야 할까? 또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지금도 깨끗한 역사 청산은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대한민국에 도덕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정부의 도덕성과 정치적 정당성은 다른 문제이며 혼동돼선 안 된다. 도덕성은 부족하겠지만, 정부에는 독립운동 훈장을 수여할 정치적 정당성도 있고 의무도 있다.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에 아쉽고 비판할 점이 있더라도 “백범 선생이 살아계셨다면 남한의 서훈을 거절했을 것”이라는 말도 지나치다.

여기서 우리는 항일 업적과 그 이후의 행적을 조금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김원봉은 항일 영웅으로 인정되고 있다. 다만 국가가 훈장을 수여하기 곤란할 뿐이다. 이 분리는 분단 상황과 뗄 수 없을 것이다. 월북 후에 그가 민간인으로 남았다면, 이런 논란은 없을 터이다. 그가 남침에 반대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입증되지는 못했다. 어쨌든 ‘조국해방전쟁의 공훈’으로 노력훈장을 받은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 훈장은 그에게 여느 민간인과는 다른 책임을 부과한다. 김일성에 의해 죽음에 내몰리면서 그는 어쩌면 이 훈장을 손에서 놓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월북 독립활동가들은 자신의 사상과 행위를 되돌리거나 수정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어떤 이들에게는 개인의 불행이자 역사의 불행일 것이다. 할 수 있는 한 이것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서두른다고 될 일일까? 북한이 적대성을 유지하고 있는 한, 그 적대성을 먼저 해결하면서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때까지는 독립운동가의 훈장과 북한 정권의 훈장은 충돌한다. 그러나 훈장이 없다고 업적이 없는 건 아니다. 아쉬움은 있지만 그 훈장 없음을 역사의 상처로 기억하는 것, 그리고 덧나는 상처와 함께 아픔을 감당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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