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ㆍ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50일 가까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타이밍’이 생명인 추경의 효과가 이미 반감된 건 물론, 자칫 사상 처음으로 추경안이 아예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부진한 경기 흐름을 추경으로 반전시켜 보려던 정부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1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날로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47일을 맞았다.앞서 문재인 정부가 2년 연속 추진했던 1, 2차 추경안은‘정부안 제출→국회 통과’까지 45일씩이 걸렸는데,이를 이미 뛰어넘은 것이다.애초 추경 편성의 계기가 됐던 미세먼지는 그 사이 잦아들었지만,미ㆍ중 갈등으로 인한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이 경기를 더욱 옭아매고 있다.추경만으로 경기 반등을 자신하긴 어렵지만,적기에 재정이 투입될 경우 성장률 하락세(1분기 -0.4%)와 내수부진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번 추경은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문제는 6월 국회에서도 추경안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여야 대립으로 6월 국회는 회기도 시작하지 못했다.회기에 들어가도 ‘국무총리 시정연설→예산결산위원회 심의→본회의 통과’ 등 절차를거쳐야 해 상반기 내 추경 집행은 물리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물론 2004년과 2006년엔 각각 12일, 11일 만에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어 상반기 집행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추경안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순조로운 통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도“총선에 눈이 멀어 선심성 예산을 풀겠다는 것”이라며 추경안 반대 뜻을 재확인했다.이에 국회통과까지 역대 두 번째로 오래 걸린 2005년 추경(49일)은 물론,역대 최장이었던 2008년(90일)의 기록도 경신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국회 통과 지연으로 인한 효과 감소,극심한 정국 경색 등을 감안하면,사상 처음으로 추경안 자체가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진 않다.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 등 당정청은 이날 “한국당이 국가경제와 민생을 볼모로 국회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며 조속한 국회 복귀와 추경 처리 협조를 촉구했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서는 추경 좌절에 대비한 이른바 ‘플랜B’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국회가 열리면 가장 먼저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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