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사에 4개 범죄 혐의 적용… 운전면허도 10년전 만료
극심한 교통 체증 탓에 택시들이 미터기를 끈 채 운행하기로 유명한 태국에서 미터기 작동을 요구한 한국인 승객이 택시 운전기사에게 폭행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10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운전기사 A씨는 지난 3일 한국인 여성 관광객 2명이 택시에 오른 뒤 미터기를 켜고 주행할 것을 요구하자 쇠막대기로 두 사람을 때리고 스마트폰을 빼앗았다.
매체는 A씨가 승객들과 미터기를 놓고 언쟁 중에 일어난 사고였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승객에게 무례했던 점,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은 점, 승객을 목적지에 데려다 주지 않은 점 그리고 기한이 만료된 운전면허로 운행한 점 등 최소 네 가지 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이 택시 운전사의 운전면허는 거의 10년 전 만료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육상교통국(LTD)은 A씨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한편 경찰과 협조해 추가 범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각 범죄에 대한 벌금은 최대 1,000~2,000바트(약 3만7,000~7만5,000원)다.
A씨가 무면허로 영업한 점 등 이번 사건이 일반적인 경우와 차이가 있지만 방콕 시내에서는 ‘미터기 운행’을 놓고 택시기사와 승객 간 다툼이 잦다. 현지 한 택시기사는 “미터기 요금은 7년째 그대로이고, 교통 체증으로 길에 갇히기라도 하는 날에 수입이 급감한다”며 “손님을 태우기 전에 요금을 협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차량 호출 서비스인 ‘그랩’을 이용하는 시민과 관광객이 늘고 있으며, 손님을 빼앗기면서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1인당 평균 국민소득(GDP)이 7,000달러 수준인 태국은 주변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택시비가 저렴하다. 방콕 수완나폼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 약 33㎞ 구간에 400바트(약 1만5,000원) 미만의 미터기 요금이 책정된다. 반면 베트남의 경우 비슷한 거리인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하노이 시내(약 31㎞) 구간 요금은 40만동(약 2만원)에 달한다.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은 2,500달러로 태국의 3분의 1수준이다.
태국 현지 한 언론인은 “정부가 관광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택시업계를 쥐어짜고 있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ㆍ방콕=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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