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약물 치료 위해 주사제가 훌륭한 대안 
 [대한조현병학회ㆍ한국일보 공동 기획] ‘조현병 바로 알기’ ④이봉주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현병 환자 가운데 80% 이상은 병의 재발을 막기 위해 몇 년 동안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선생님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해요? 완치할 수 있나요?” 퇴원 후 외래를 첫 방문한 조현병 환자가 이렇게 물었다. 급성기 증상에서 회복된 환자는 대개 이런 질문을 한다. 혼란스러운 일을 겨우 넘긴 환자에게 장기 치료를 이해시키기란 담당의사로서는 쉽지 않다.

“이제 몇 년간 약을 먹어야 해요. 약을 안 드시면 병원에 다시 입원하러 와야 해요.” 재발 때문에 두 번째 입원 치료 후 퇴원한 환자에게 단호히 말해야 하는 필자로서도 마음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약을 그만 먹게 되는 것을 완치라고 환자들은 흔히 생각한다. 그런 환자들에게 약을 먹으면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설명해도 쉽게 수긍하지 못한다.

조현병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 목표는 증상 조절, 기능 회복과 유지, 삶의 질 개선이다. 그러나 이런 치료 목표에 방해가 되는 것이 있다. 재발이다. 재발이 여러 번 반복되면 증상 조절과 기능 회복이 점점 어려워진다. 재발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지속적인 약물 치료다. 약물 중단은 재발 위험을 5배 이상 늘리기 때문이다. 조현병 환자의 80%가 몇 년 이상 장기간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정확히 얼마 동안 약을 먹어야 하는지 딱히 정해진 의학적 기준이 없다. 첫 발병 시 1~2년이 좋다는 지침도 있고, 3~5년 지속해야 한다는 지침도 있다. 재발 환자는 치료제 복용 기간을 2배 늘리길 권고된다. 재발이 잦다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권장 기간은 현재 쓰이는 치료제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치료기술과 신약이 비약적으로 개발돼 그 기간이 줄어들 수 있다.

의사들은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장기간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환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에게 약은 귀찮은 존재다. 대다수 환자는 자신의 병을 모르고, 알아도 인정하길 거부한다. 이런 환자들은 자신이 아프지 않으니 약을 먹을 이유가 없다고 여긴다. 약을 먹고 나아진 환자조차 약 복용에 여전히 부정적일 때가 많다. “잠을 못 자고, 마음이 좀 불안했지만, 이제 다 나았어요. 약을 그만 먹어도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장기간 약물 치료하려면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정성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첫 발병 환자 가운데 60% 정도가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병을 인정하지 않는 것 말고도 약을 잘 먹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다. 약 먹은 후 몸이 굳어짐, 혹은 지나치게 졸림 같은 부작용이 대표적이다.

환자들은 담당의사에게 이런 저런 불편을 하소연하지만, 의사들은 약물의 의학적 치료 범위 때문에 환자 요구대로 용량을 줄이거나 없애지 못한다. 증상이 호전됐는데 부작용 때문에 불편하니 약 중단이 당연하다는 게 환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약을 끊으면 재발할 수 있기에 의사로서는 그런 권고를 하지 않는다.

약물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의 하나가 재발 잠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약물치료를 중단해도 체내에 축적돼 있는 약물이 효과를 어느 정도 발휘하므로 곧바로 재발하지는 않는다. 이런 잠복기 때문에 약을 중단한 환자는 오히려 나아졌다고 여긴다.

문제는 그렇게 편안하게 느끼는 기간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1~3개월 지나면 증상이 재발한다. 일단 재발하면 약을 다시 먹어도 즉시 나아지지 않는다. 이전의 집중적 약물치료보다 더 긴 기간, 더 높은 용량의 약을 먹어야 악화된 증상이 개선될 수 있을 때가 많다. 따라서 중단 없는 약물 치료가 최선책이다.

지속적인 약물 치료를 위해 주사제 사용이 훌륭한 대안이다. 약을 잘 먹지 않는 환자에게 ‘데포 주사제’ 치료법이 있었다. 기름에 약물 성분을 섞어 투여하므로 아프고 체내에서 용량을 조절하기 어려웠다. 최근 바늘 굵기가 가늘어지고 새로운 약물 전달 시스템이 적용된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쓰이고 있다.

이 덕분에 주사제가 약 거부 환자에게 어쩔 수 없이 사용됐다는 인식에서 약보다 더 좋은 치료제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 약 복용 없이 1개월 혹은 3개월 간격으로 주사만 맞으면 되니, 환자들이 먼저 원하는 경우도 많다.

학교나 회사를 다니는 환자들이 특히 이러한 주사제를 선호한다. 환자들은 “약 복용 때마다 되새기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약 봉지를 들킬까 눈치 볼 필요 없이 출장이나 여행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보호자들도 “환자가 약을 먹었는지 매번 확인해야 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돼 좋다”고 말한다.

조현병 치료의 1차 목표는 재발 방지다. 이를 위해 약을 복용하든, 주사제를 사용하든 장기간 약물 치료는 필수다. 어쩔 수 없이 치료를 유지한다고 해도, 환자들은 여전히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행복하게 회복된 삶을 누릴 기회가 있다. 그래서 궁극적 치료의 목표는 약물 치료 없는 완치가 아니라 적절한 치료 유지를 통한 건강한 삶의 유지에 있다. 이러한 치료 목표는 고혈압이나 당뇨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봉주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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