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은 정규직화 정책 공감… 젊은세대서 “정규직 과정 공정하지 않아” 반발도
국민 10명 중 6명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화하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 공감했다. 고용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은 노동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6일 본보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시장 개혁 정책에 관한 질문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문항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57.6%(매우 공감한다 19.2%, 대체로 공감한다 38.4%)에 달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0.7%(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27.0%,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13.7%)였다. 현재 국내 비정규직(한시적, 시간제, 비전형) 근로자 수는 661만4,000명(지난해 10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 중 33.0%를 차지한다. 이는 2012년(33.2%) 이후 최고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정규직(100%) 대비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총액 수준은 68.3%수준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해 공감도가 60%가까이 나온 데는 진보는 물론 중도성향 응답자들도 지지의사를 보인 영향이 크다. 중도층의 54.9%가 정규직화 정책에 공감한다고 응답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42.9%)보다 12%포인트나 높게 나타났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에 비정규직이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문제가 되면서 중도층에서도 이를 큰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공감 여부를 묻는 질문 특성을 고려하면 정책 효과나 결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라기보다는 정규직화 정책 취지에 당위적 차원에서 공감을 나타난 이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앞으로 노동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보십니까?’라는 물음에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 처우 격차를 줄이고 해고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응답(38.9%)이 가장 많았다. 이어 ‘격차는 현 수준으로 두고 해고는 엄격히 해야 한다’(19.4%), ‘격차를 줄이고 해고를 좀 더 쉽게 해야 한다’(19.1%), ‘격차는 현 수준으로 두고 해고를 좀 더 쉽게 해야 한다’(12.4%) 순이었다. 노동시장 개혁 방법에 대해서는 진보층과 보수층의 의견이 달랐다. 해고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의견에 진보층은 10명 중 6명 이상(65.5%)이 동의했지만, 보수층은 진보층보다 12.9%포인트 낮은 52.6%만이 이에 동의했다. 해고를 쉽게 해야 한다는 의견에 보수층은 37.9%가 동의한 반면, 진보층은 29.2%만이 동의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수준과 격차를 현 수준으로 두자’는 항목에 20대는 41.0%가 동의,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전체 평균(31.8%)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이병훈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학업과 입시, 취업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 능력주의에 익숙하고, 노력한만큼 보상받아야 한다는 인식도 강한 편이라 이런 면이 드러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희은 연세대 경영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직무 중심 채용이 아니라 공채 제도가 견고한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을 납득할만한 과정 없이 정규직화하는 정책을 공정하지 못하다고 보고 반발심을 느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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