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최우식 "'기생충' 출연 '옥자' 뒤풀이 때 결정"

알림

최우식 "'기생충' 출연 '옥자' 뒤풀이 때 결정"

입력
2019.06.07 04:40
30면
0 0
최우식은 “영화 ‘기생충’을 찍으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며 “이 영화와 함께한 모든 순간을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우식은 “영화 ‘기생충’을 찍으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며 “이 영화와 함께한 모든 순간을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의 첫 번째 퍼즐은 배우 최우식(29)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송강호와 최우식은 부자 관계로 설정돼 있었다. 2017년 ‘옥자’ 시사회 뒤풀이 자리였다. 봉 감독과 최우식 사이에 평범한 대화가 오갔다. “이제 뭐 할 거니?” “운동 열심히 하려고요.” “운동은 나중에 해. 마른 체형이었으면 좋겠다.” 한 템포 늦게 이 말의 속뜻을 깨달은 최우식은 깜짝 놀랐다. 얼마 후 ‘기생충’ 시나리오를 받아 읽고서는 더 크게 놀랐다.

“배역 이름만 들었지 줄거리와 장르는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맡은 역할이 극중 화자나 다름없더라고요. 더구나 아버지가 송강호 선배님이라니. 내가 과연 봉 감독님의 화자가 될 수 있을까.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 할 수 있을까. 부담감과 긴장감이 몰려들었어요.”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마주한 최우식은 ‘기생충’과의 만남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렸다.

‘기생충’에서 최우식은 가난한 백수 가족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를 연기한다. 기우가 친구 소개로 고액 과외 교사 자리를 얻어 IT기업가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계급이 다른 두 가족 사이에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대학 입학에 실패하고 고정적인 일자리도 갖지 못한 기우는 퍽퍽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 세대를 대변한다. 봉 감독은 “최우식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안쓰러움이 묻어난다”며 “평소 청년 세대를 보며 느낀 감정이 기우 캐릭터에 투영됐다”고 말했다.

최우식은 ‘국민 배우’ 송강호와 부자 사이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카메라 밖에서도 송강호를 ‘아버지’라 부른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우식은 ‘국민 배우’ 송강호와 부자 사이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카메라 밖에서도 송강호를 ‘아버지’라 부른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우식은 “봉 감독님이 내 측은함과 유약함과 꼬질꼬질함을 잘 포착해 주신 덕분에 두 번이나 작품을 함께 할 수 있었다”며 넉살을 부렸다. “기우는 얼굴색이 무척 다양해요. 박 사장네 사모님 연교(조여정)를 만났을 때는 무채색이고, 가족과 함께 있을 땐 해맑죠. 그러면서도 화자이기 때문에 적절한 감정 선을 유지해야 했어요. 그동안 제가 보여준, 천방지축 튀는 캐릭터들과는 많이 달라요. 배우로서 굉장한 도전이자 기회였어요.”

최우식은 엔딩크레디트에 흐르는 노래 ‘소주 한 잔’도 불렀다. 봉 감독이 작사하고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한 노래다. 최우식은 “봉 감독님이 관객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저작권협회 등록비 18만원을 봉 감독님께 돌려드릴 수 있도록 노래방에서 많이 불러달라”고 했다.

‘기생충’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최우식은 2016년 미드나잇 스크리닝 상영작 ‘부산행’(2016)과 2017년 경쟁부문 초청작 ‘옥자’까지 포함해 출연작을 3편이나 칸영화제에 선보이는 행운을 누렸다. 칸에 직접 방문한 건 ‘기생충’이 처음이었다.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즐길 수 있는 자리에서도 즐기지 못했어요. 말 실수를 해서 영화에 해가 될까 봐 입도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열심히 노력해도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기우는 청년 세대의 좌절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열심히 노력해도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기우는 청년 세대의 좌절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생충’은 지난달 30일 개봉해 8일만인 6일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극을 이끄는 최우식의 단단한 연기도 주목받고 있다. 최우식은 “이 영화를 통해 많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부담감을 갖고 있더라도 현장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야 결과도 좋다는 걸 깨달았어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든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생충’ DVD 코멘터리 녹음을 마치는 그 순간까지 이 영화와 함께한 모든 시간들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2011년 MBC 드라마 ‘짝패’에서 주인공 아역으로 데뷔해 SBS ‘뿌리깊은 나무’(2011)와 ‘옥탑방 왕세자’(2012) KBS ‘닥치고 패밀리’(2013), tvN ‘호구의 사랑’(2015) 등 20편 가까운 드라마에 출연했고, 독립 영화 ‘거인’(2014)으로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젊은 연기파 배우로 떠올랐다. ‘마녀’(2018)에선 비열한 악역을 맡아 연기 변신도 했다. 장르와 비중을 가리지 않고 차곡차곡 실력을 다져온 최우식에게 ‘기생충’은 새로운 도약대다. “제가 좀 ‘기세’가 없어요. 자신감도 부족했고요. 그동안 우여곡절이 없진 않았지만,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지금까지 잘 왔구나 싶어요. ‘기생충’으로 그 노력을 보상받은 것 같아요. 새로운 의욕도 샘솟아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