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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스트레스 20대 우울증 환자 급증… 6년간 87%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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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스트레스 20대 우울증 환자 급증… 6년간 87% 늘어

입력
2019.06.06 04:40
수정
2019.06.06 08:3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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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비수도권 4년제 대학 졸업 후 수년째 공무원시험에 매달려 온 A(29)씨는 우울감에 시달리다 지난해 경찰서 신세까지 졌다. 술을 마시고 폭력적으로 행동한 탓이었다. 그는 ‘망가져 가는구나’라고 스스로 느꼈다고 한 연구기관 조사에서 털어놨다. “높은 절벽에서 난 굴러 떨어졌고 어떤 사람이 위에서 (떨어진)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었어요. 시험 준비하면서 예민해지고 인간관계에서도 실수하죠. 시험 일주일 전에는 저도 제가 아니게 돼요.”

사회에 첫발을 딛는 20대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우울증 환자가 6년 사이에 87%나 증가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20대 우울증 환자는 9만8,434명으로 2012년(5만2,793명)의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우울증 환자의 세대별 증가율은 20대가 10대(39%) 30대(25%) 40대(13%) 50대(2%)를 압도했다. 20대 공황장애 환자 역시 8,024명에서 2만1,204명으로 164%나 증가했다. 역시 20대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취업 스트레스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의 이정석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질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우울증이 발병하기 쉽다”면서 “최근 20대 환자들은 학업과 대인관계는 물론, 취업난으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상대적으로 정신과 진료에 거부감이 적은 것도 환자가 급증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세대별 우울증 환자 추이 -박구원 기자
세대별 우울증 환자 추이 -박구원 기자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우울증과 연관된 여러 지표의 수치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극단적 선택을 떠올리는 자살생각이 대표적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8년 내놓은 ‘20대 청년 심리ㆍ정서 문제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만 20~29세 1,321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자살생각을 경험한 비율은 미취업자(29%)가 전체 평균과 취업자(모두 22%)보다 높았다. 특히 미취업자의 자살생각 경험률은 졸업 이후 전체 미취업 기간이 1년 이내엔 17% 정도였지만 2년이 넘어가면서는 36%로 치솟았다. 청년들은 자살생각을 하게 되는 원인을 묻는 설문에(복수응답) 절반 이상이 ‘경제적 어려움’(55%)을 꼽았다. ‘부모와의 갈등’(34%) ‘반복되는 취업실패’(33%) ‘취업 관련 시험의 낮은 점수와 불합격’(31%)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지경 선임연구위원은 “자살을 비롯한 통합적 정신건강 위험수준을 따졌을 때 고위험군이 청년의 11%에 달하고 중간 위험군(20%) 저위험군(21%)도 정상(47%) 집단에 비해 적지 않은 수”라고 경고했다. 특히 고위험군은 △여성 △고졸 이하 학력 △미취업자 △비정규직 취업자의 비율이 높고 부모의 경제적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올해부터 우울증 국가건강검진 대상이 20~30대까지 확대되는데, 10년마다 1번씩인 주기를 더 좁히고 미취업자 등 대책이 세워져 있지 않은 집단에 대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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