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불심검문은 애매한 규정 탓에 인종 민족 차별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사진은 2012년 뉴욕 시민들의 항의 시위 장면. flickr, 위키피디아.

‘테리 스톱(Terry Stop)’은 범죄 행위에 연루됐으리라는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에 근거해 경찰이 사람 혹은 자동차에 행하는 불심검문ㆍ검색을 일컫는 말이다. 사람에 대한 불심검문은 ‘테리 프리스크(Terry Frisk)’ 또는 ‘스톱 앤드 프리스크’라 구분해 말하기도 한다. 1968년 6월 10일 미 연방대법원의 ‘테리 v. 오하이오주’ 판결로 저 말이 생겨났다.

클리블랜드 경찰관이 무장강도 모의를 의심케 하는 행동을 하는 시민 3명을 불심 검문, 리볼버를 찾아내 불법무기 소지죄로 기소하자, 피의자들이 ‘수정헌법 4조’의 부당한 수색ㆍ체포ㆍ압수에 해당된다며 건 소송이었다. 대법원은 단순히 ‘육감(hunch)’ 등에 근거한 의심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뚜렷한 사실(specific and articulable facts)’에 근거한 의심 때문에 검문을 했다면 수정헌법 4조의 권리를 침해한 게 아니라고 판결했다. 1960년대 말 당시는 반전 등 시위뿐 아니라 대도시 중심의 범죄율이 치솟던 때였다. 하지만, ‘합리적’이란 말도, ‘구체적이고 뚜렷한’ 이란 형용사도 그 기준이 구체적이고 뚜렷하지 않아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범죄스릴러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 ‘다섯 번째 증인’에는 경찰관의 차량 검문에 조수석 남자가 갑자기 도주하고 운전석 남자는 경찰관의 트렁크 수색 협조에 불응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수색영장이 없는 경찰관은 부득이 마약탐지견을 데려와 트렁크에서 코카인을 발견, 피의자를 마약소지 혐의 등으로 기소한다. 하지만 피의자는 소설 주인공인 변호사(미키 할러)의 수정헌법 4조 변론 덕에 소 기각으로 풀려난다. 경찰이 불심검문을 하게 된 ‘합리적 의심’의 ‘구체적이고 뚜렷한’ 정황을 밝히지 못한 탓에 적발한 마약도 ‘위법수집증거(poisoned fruit)’가 됐기 때문이었다. 그 에피소드는 인권에 대한 섬세한 배려보다는 자본-법치 체제의 돈(형사법 변호사)의 권능에 초점을 둔 거였다.

‘테리 스톱’은 한국의 경찰직무집행법 제3조의 불심검문의 조건과 절차에 상응한다. 범죄에 연루됐거나 해당 범죄에 대해 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경찰은 먼저 자신의 신분과 검문 이유를 밝히고 질문할 수 있고, 시민은 그에 불응할 수 있다는 조항. 저 조항을, 경찰이 아닌 시민들이 암기하고 다녀야 하던 시대가 있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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