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닷새째인 2일(현지시간) 사고가 발생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편지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로 국내와 헝가리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구명조끼만 있었더라도…

우리 주변에 작은 예방조치만으로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야광반사조끼다. 농번기가 되면 해진 후 시골 도로를 걸어가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차에 치이는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가로등이 없는 어둠 속에서 운전자들이 행인을 발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시골 도로에 가로등을 설치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야광반사조끼다. 이를 착용하면 밤길을 다니더라도 운전자들의 눈에 쉽게 띈다. 작은 관심과 아이디어로 수많은 인명 피해를 방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필자가 한 지방검찰청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원룸촌에 강도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칼을 든 강도가 원룸에 몰래 침입해 20대의 두 자매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었다. 수사결과 범인은 미처 잠그지 않은 베란다쪽 문을 통해 침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곧바로 붙잡혀 무기징역을 받았지만,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두 자매의 생명은 되살릴 수 없었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검사로서 사후적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전적 범죄예방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통감하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강도와 빈집털이가 빈발하는 원룸지역 등을 대상으로 문단속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문단속 하나만으로 막을 수 있었던 끔찍한 강력범죄의 실제 사례들을 담은 팸플릿을 제작, 배포하였다. 이와 함께 창문경보기도 무료로 배포했다. 작동 모드인 상태에서 창문을 열게 되면 커다란 경고음을 울리는 그런 장치였다. 지역 언론에도 홍보를 부탁하면서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잠재적 강도들이 남의 집에 침입하려다 창문에 붙은 물체를 보고 ‘아 이것이 방송에 나온 창문경보기인가 보다’하고 발길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이다.

범죄예방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성범죄 예방을 위한 전자발찌 시스템 구축과 같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분야는 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좋은 의료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고, 개개인이 적절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적당한 운동을 해야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범죄와 사고의 예방도 마찬가지다. 사소한 부주의가 큰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수없이 보아 왔다. 정부는 훌륭한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우리 각자는 밤마다 문을 잘 잠그는 것처럼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20여년 전 아파트 2층에 살다가 휴가기간 중 빈집털이를 당한 적이 있다.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주방쪽 창문을 뜯어내고 침입했던 것이다. 그 후에는 장기간 집을 비울 때는 전등이나 라디오를 켜 놓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플러그를 이용하고 있다. 집을 비울 때 스마트플러그에 전등과 라디오를 연결시켜 놓은 다음, 여행지에서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을 조작해 집에 있는 전등과 라디오의 전원을 켰다 껐다 하는 것이다.

모든 예방이 그렇듯이 범죄예방의 성과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1만개의 창문경보기를 배포했을 때 몇 건의 강력사건이 예방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진정한 프로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문단속 캠페인을 추진할 때 이를 통해 소중한 생명들이 구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했다. 비록 알아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말이다. 자신이 살아 생전 나무그늘의 혜택을 누릴 수 없음을 알면서도 한 그루의 나무를 정성스레 심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살기 좋은 공동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희관 변호사ㆍ전 법무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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