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들 ‘가두리 양식장’에 가둬 놓고 준비 
 울산시장은 삭발까지 했는데… 결과물 없어 
 사측, 성동격서 완벽 승리?… 무효소송 남아 
31일 오전 울산대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현대중공업 제공

31일 현대중공업이 전격적으로 주주총회장을 변경해 핵심안건인 법인분할안을 승인함에 따라 이를 극력 반대해 온 노동계와 송철호 울산시장 등 지역 정치권의 조직적 대응 역량과 지도력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 대 강’으로 대립해온 현대중공업과 노동계의 대결에서 사실상 ‘성동격서’ 전법을 구사한 현대중공업이 완벽하게 승리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송 시장은 현역 광역시장으로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삭발투혼’까지 펼쳤으나 손에 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시민들로부터 ‘과연 뭘 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현대중공업의 주총장 변경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노조원 수천명이 협소한 공간에서 철옹성을 구축한 한마음회관에 퇴거를 위해 경찰력이 투입될 경우 노조원은 물론 경찰도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한마음회관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경찰에 퇴거요청을 하고 법원으로부터 명도단행과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냈다. 또 관리직 임원들이 수시로 한마음회관을 찾아 노조에 퇴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31일 새벽 경력 및 경비용역직원 투입설을 흘려 보내 노조로 하여금 더욱 한마음회관 사수에 몸을 달게 만들었다. 사측은 30일 밤늦게 언론 등에 임시주총 일정안내 문자까지 보내며 ‘강행의지’를 밝혔다. 또 31일 아침에는 ‘주총준비요원 질서유지요원 등 500여명이 곧 한마음회관 주총장 입구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비둘기’ 날리기를 잊지 않았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하면 주주들이 5,000명에 달하는 기세등등한 노조원들을 뚫고 한마음회관에 들어가 주총을 개최하는 일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측은 주총준비요원 등이 노조원들과 한마음회관에서 대치하는 시간을 이용해 한마음회관 정반대 쪽 40여분거리의 울산대 체육관에서 ‘여유 있게’ 주총개최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 10시 30분이 넘어 임시주총 장소ㆍ시간을 40분 뒤인 11시 10분 울산대 체육관으로 변경 통보했을 때는 이미 노조를 따돌릴 준비를 모두 마쳤던 때였다. 일부 노조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울산대로 질주했지만 체육관 문은 굳게 닫힌 채 이미 물적분할 승인 결의가 난 때였다.

현대중공업과 경찰의 노조에 대한 완벽한 승리의 순간이었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스포츠 머리로 삭발까지 하며 지역 존치를 주장한 현대중공업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본사는 방망이 한 방에 간단하게 서울로 결정됐다. 현대중 노조도 현대자동차ㆍ대우조선 노조까지 가세해 총력투쟁을 펼친 결과로는 너무나 싱겁게 주총이 마무리된 것이다. ‘기습주총이 무효’라는 노조는 물론 향후 소송전으로 법적효력을 따지기로 했으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지도부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치밀한 대응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주총 승인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와 조선·특수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로 나눠진다.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사의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바꾸고 신설 자회사의 사명은 현대중공업을 사용하기로 했다. 한국조선해양이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이며, 한국조선해양은 상장법인으로 본사를 서울에 두고 신설 회사인 현대중공업은 비상장법인이 된다. 이번 분할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3월 산업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절차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하고 국내외 결합심사가 승인되면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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