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내 주요 유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이끌고 일본을 방문한다. 연초 그가 계열사 경영진들에게 강조한 것처럼 “기존 플레이어를 제압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신 회장은 6월 초인 내주 일본 출장이 예정돼 있다. 롯데지주 측은 “도쿄를 중심으로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 채널이나 서비스 등을 신 회장이 직접 살펴본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이번 일본 출장에는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와 강종현 롯데슈퍼 대표, 이광영 롯데자산개발 대표 등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유통 계열사 CEO들 중 일부는 현지에서 신 회장 일행과 합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유통 계열사 CEO들을 대거 이끌고 일본 출장길에 나서는 데 대해 업계에선 롯데와 신세계 등 전통적인 유통 강자들이 최근 직면한 위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쿠팡과 이베이, 위메프,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배송을 무기로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면서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같은 오프라인 매장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마트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이상 줄었고, 롯데쇼핑 역시 실적 부진으로 장기신용등급(나이스신용평가 AA+→AA)이 내려앉았다. 대형마트들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앞다퉈 투자한 전문점이나 온라인 마케팅 등도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선진 유통 시장으로 꼽히는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유통업 침체기를 겪었다. 일본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던 가성비, 편의성, 미니멀리즘, 대여와 공유 같은 소비 키워드는 최근 우리 사회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에 신 회장이 유통업 위기 극복을 위해 먼저 침체기를 지나온 일본 시장에서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계열사 경영진이 모인 사장단회의에서 시장 선도 기업으로서 공격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당시 “먼저 새로운 영역을 찾고 기존 플레이어를 제압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이번 출장에서 신 회장이 어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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