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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가져갈래, 전쟁할래" 화난 동남아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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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가져갈래, 전쟁할래" 화난 동남아 나라들

입력
2019.05.29 16:04
수정
2019.05.29 19:5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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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가능한 폐플라스틱을 가장해 말레이시아로 수입된 쓰레기를 되돌려 보내기 전 정부 관계자가 사진을 찍고 있다. 선데일리 캡처
재활용 가능한 폐플라스틱을 가장해 말레이시아로 수입된 쓰레기를 되돌려 보내기 전 정부 관계자가 사진을 찍고 있다. 선데일리 캡처

‘우리는 당신들의 쓰레기 하치장이 아니다!’

동남아 국가들이 자국으로 쓰레기를 수출한 유럽, 북미 등 선진국들에 발끈하고 나섰다. 작년 1월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 이후 각종 폐기물들이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로 움직이면서 해당 국가들이 간간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최근에는 대응 수준과 양태가 더욱 강경하고 직접적으로 변했다. 이웃 국가가 강하게 나갈 때 미온적으로 나오면 국제 쓰레기들이 자기 나라로 쏠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8일 말레이시아 선데일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요비인 말레이시아 에너지과학환경기후장관은 전날 말레이시아 최대 항구 포트클랑에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로 꽉 찬 컨테이너들을 공개했다. 요 장관은 “컨테이너 앞은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로 보이지만 더 뒤쪽엔 불법 쓰레기투성이”라며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배신자들이 이 같은 쓰레기를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불법 수입업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며 “이 쓰레기들은 14일 이내에 말레이시아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플라스틱 재활용처리장 폐쇄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 1월부터 150여개의 재활용처리장을 폐쇄시킨 바 있다.

이날 공개된 쓰레기들은 지구를 반 바퀴 이상 돌아서 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일본, 호주 등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온 것들도 있지만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미국에서 출발한 것들도 포함됐다. 전체 규모는 450톤에 이른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로 수입 신고된 다른 컨테이너들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최종 규모는 3,000톤이 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쓰레기 수출 선진국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 연설에서 캐나다를 향해 “다음주까지 쓰레기를 되가져 가지 않으면 당신네 아름다운 해변에 그 쓰레기를 퍼부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캐나다 쓰레기의 필리핀 반입은 흔히 있던 일이지만 과거 몇 차례 항의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자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시 “필리핀은 당신의 쓰레기 처리장이 아니고, 우리 국민도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사람이 아니다”며 특유의 노골적인 표현으로 적의를 표시한 바 있다.

베트남 하노이 인근 박닌성의 한 폐기물처리장 모습. 폐기물이 급증하자 베트남 정부는 1회용 제품 사용 규제와 함께 2025년부터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금지할 계획이다. 베트남뉴스 캡처
베트남 하노이 인근 박닌성의 한 폐기물처리장 모습. 폐기물이 급증하자 베트남 정부는 1회용 제품 사용 규제와 함께 2025년부터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금지할 계획이다. 베트남뉴스 캡처

소득 증가로 소비가 늘면서 그렇지 않아도 자생 쓰레기에 몸살을 앓고 있는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이후 외국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불법 유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베트남이 다른 나라의 쓰레기장이 되어선 안 된다”며 불법 수입 쓰레기에 대한 강력 대응을 주문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인구 1억명의 베트남에서는 연간 2,500만톤 이상의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으며, 75% 이상을 매립하고 있는데, 지난 4월 현재 전국의 항구에 2만3,400개의 재활용 폐기물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내 물류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포트클랑에서 공개한 불법 쓰레기 중에서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것도 있다”며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 이후 동남아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같은 처지의 개도국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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