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사회에선 ‘힘의 논리’가 목소리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한국일보> 는 매주 금요일 세계 각국이 보유한 무기를 깊이 있게 살펴 보며 각국이 처한 안보적 위기와 대응책 등 안보 전략을 분석합니다. 한국일보>
예멘 후티 반군(자칭 안사룰라)의 드론(무인기)이 중동 지역 미국 우방국들의 ‘급소’를 노리고 있다. 후티의 드론 전력은 지난해 7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공항에 대한 공격을 통해 처음 드러났다. 이후 공군 기지와 정유시설, 요격 미사일이 배치된 것으로 보이는 공항을 차례로 타격하며, 위력을 입증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후티의 공격은 점차 대담해 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아부다비 공항 공격에 이어 , 올해 1월 UAE 아덴 항 인근의 알 아나드 공군기지를 드론으로 공습해 정보 당국 고위 관계자와 군부 인사 6명을 숨지게 했다. 지난 3월 예멘 국경에서 130㎞ 가량 떨어진 사우디의 알 슈카이크 수력 발전소 상공을 지나는 드론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달 14일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정유시설을 타격한 데 이어 21~23일 사흘 연속으로 사우디 남부 국경지대의 나즈란 공항에 있는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포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후티의 드론 공격으로 인한 군사적ㆍ경제적 피해 규모가 막대한 건 아니다. 문제는 사우디 등이 이를 사전에 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르단 공군에 복무하다 퇴역한 마무르 알 노와르 장군은 최근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스텔스 기능도 없는 작은 무인기가 느린 속도로 수 시간을 비행해 사우디 심장부로 들어갔지만 사우디는 이를 미리 탐지할 능력이 없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후티는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는 물론 UAE의 원자력 발전소를 타격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우려했다. 후티는 최근 “사우디와 UAE의 군사ㆍ산업시설 등 핵심 표적 300여곳에 대한 자료를 축적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UAE에 수출한 원전 시설도 후티의 표적 중 하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예멘의 군사 전문가 알리 하디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후티 반군은 중동 전체 지역에 실제적 위협이 되고 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드론을 보유한 예멘에 대한 전략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군사비용(694억 달러)을 지출하는 사우디 조차 후티가 날린 작은 비행체를 막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모습이다.
‘시리얼 넘버’ 이란과 비슷한 패턴
후티 드론의 공격 작전은 복잡하지 않다. 폭발물을 실은 수 대의 무인기가 미리 입력된 목표 지점을 향해 비행한 뒤 그대로 타깃을 향해 돌진하는 식이다. 조종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있을 뿐 2차 대전의 일본군 카미가제(神風) 특공대의 중동판인 셈이다.
후티는 부정하고 있지만 군사용 드론 개발ㆍ운용 배후는 이란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된 예멘전문가패널 보고서는 “후티가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카세프(Qasef)-1 드론은 이란의 아바빌(Ababil)-T와 외형 및 성능이 거의 동일하다”고 밝혔다.
후티 초기 드론의 아버지가 이란이라는 구체적 증거는 드론 마다 붙어있는 시리얼 넘버에서도 확인된다. 영국의 무기 이전 감시단체인 분쟁군비연구소(CAR)의 분석에 따르면, 2016~2017년 UAE가 압수한 7대의 후티 드론의 시리얼 넘버는 이란의 시리얼 넘버와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후티 드론의 시리얼 넘버 앞자리는 모두 ‘22’로 돼 있었는데, 아바빌-2에도 이 숫자가 똑같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무인기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자이로스코프(항공기 평형상태 측정 장비)에도 시리얼 넘버가 찍혀 있는데, 이 역시 이란 드론과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최근 들어선 후티가 자체 생산라인을 갖췄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란이 개발한 아바빌(Ababil)-T 원형과 기술진을 후티에게 제공했고, 후티는 이를 바탕으로 카세프(Qasef)-1을 탄생시켰으며, 최근에는 장비와 부품을 일반 상업 시장에서 구입해 스스로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안보 전문매체인 ‘인터내셔널 인터레스트(International Interest)’의 편집장이자 중동 전문가인 사미 함디(Sami Hamdi)는 “후티가 이제 자신들의 드론을 개발 운용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다만 이란은 지금도 후티에 대해 드론 성능 개선을 돕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티는 최근 사우디 나즈란 공항 공습과 관련 ‘카세프-2K’ 드론을 출격시켰다고 밝혔다. 카세프-2K가 이란이 직접 제공했거나, 이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개량형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 나즈란 공항에 대한 공습에 집중하고 있는 점 역시 후티 드론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후티가 사우디의 패트리엇 요격 시스템을 무력화 할 경우 이란이 사우디에 탄도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대공망 안 걸리는 드론…요격체계 요원
이란과 후티 외 드론을 전술 무기로서 실전에 적극 투입하고 있는 또 다른 나라로는 북한이 꼽힌다. 2014년 3~4월 파주와 백령도, 삼척에서 잇따라 추락했던 북한 드론은 당시만 해도 조악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반면 2017년 6월 강원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드론에서는 경북 성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부지를 촬영한 사진이 나왔다. 최소 500km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성능이 입증된 것이다. 대공 레이더로 식별하기에는 워낙 작은 데다 전투기 탐지를 최우선 목표로 둔 방공망이 드론 앞에선 무용지물이라는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사우디 등이 후티의 드론 공습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드론 격추에 특화된 방어 무기를 개발 중인 나라는 미국 정도다. 미 해군은 2014년 이지스 구축함에 드론 요격용 20㎾급 소형 레이저 무기를 실전배치 했으며, 2021년 60㎾급 레이저 무기를 구축함에 탑재할 계획이다.
반면 해상이 아닌 육상에서 날아오는 드론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 체계는 딱히 없는 실정이다. 미 육군은 지난해 1월 중동 지역 무장 세력의 드론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전장에서 사실상 퇴역한 견착식 단거리 대공 미사일(MANPADS) ‘스팅어’를 재배치하기도 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