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장시간 만찬 회동을 가져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높다. 양 원장은 여러 지인들과 함께 한 ‘사적 모임’이라며 언론의 과잉 취재를 탓하지만 사안은 그리 간단치 않다. 그가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하며 ‘총선 승리를 위한 헌신’을 줄곧 강조해 오던 터에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과 만났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국정원의 정치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인터넷 매체 ‘더 팩트’의 취재에 따르면 양 원장은 지난 21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서 원장과 4시간가량 만났다. 카메라에 잡힌 두 사람은 식당에서 나와 잠시 얘기를 나눈 뒤 헤어졌고, 동석한 사람의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매체는 “두 사람이 독대했다”고 보도했으나 양 원장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함께 한 만찬이고 민감한 얘기를 할 자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대든 함께든, 사적이든 공적이든 두 사람의 만남은 뒷말을 낳을 수밖에 없다. 양 원장은 정치 복귀의 첫 무대로 민주연구원을 ’무보수’로 맡으면서 “정권교체의 완성은 내년 총선 승리”라며 “민주연구원이 총선 승리의 병참기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싱크탱크가 총선 전략과 정책 수립에 인재 영입까지 맡는 사령탑이 되고 자신이 그것을 지휘한다는 얘기다. 어제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연구원 부원장에 친문ㆍ비문을 망라한 5명의 전략통을 선임한 것이 그의 위상을 잘 보여 준다.
양 원장은 “제가 고위 공직도, 공익보도 대상도 아닌데 왜 미행과 잠복취재로 일과 후 삶까지 이토록 주시받아야 하느냐”며 “기자정신과 파파라치 황색 저널리즘은 다르다”고 자신을 추적한 언론을 겨냥했다. 공당의 실세 고위직인 그의 사생활이 어디까지인지는 따져 볼 일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역순회 등 총선체제 전환을 서두르고 본인이 그 주역으로 영입됐다면 오해를 살 만한 언행은 일체 삼가는 게 책임있는 태도다. 동석한 사람도 궁금하지만 미묘한 시점에 ‘사적 모임’을 불사한 양 원장과 서 원장의 무신경이 놀랍다. 빠른 사과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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