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대전 중구 폐ㆍ공가 정비
빈집을 허물고 조성한 대전 중구 용두동의 꽃밭 쉼터에서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대전 중구 제공

22일 대전 중구 용두동행정복지센터 인근 주택가의 주민쉼터. 꽃밭 중간에 위치한 정자에선 주민들의 담소가 이어졌다. 2년 전만해도 처치 곤란했던 애물단지가 동네 주민들의 정겨운 야외 사랑방으로 탈바꿈하면서 빚어진 모습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박종각(71)씨는 “말도 못했다니께유. 허물어지지 직전인데다가 사람들이 오다가다 버리는 쓰레기가 산을 이루면서 귀신이라도 나올 거 같아서 밤에는 이 곳을 지나기가 불안했다니까”라며 주민쉼터 이전의 흉물로 자리했던 빈집을 떠올렸다. 분위기는 2017년 9월, 구청에서 빈집을 헐고 꽃밭 조성에 나서면서부터 달라졌다. 주민들도 구청내 동행정복지센터에서 제공한 꽃모종으로 꽃밭 가꾸기에 동참하며 힘을 보탰다. 대전 중구의 주민쉼터는 결국 구청과 주민들의 합작품인 셈이었다.

대전 중구청이 빈집 정비에 착수한 건 2015년 11월이다. 유천동 빈집에 머물던 노숙자가 추위를 이기려고 불을 피우면서 번진 주민 불안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구청에선 즉시 각 동별 빈집 전수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파악된 빈집은 355가구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구청에선 먼저 보수가 시급한 4가구에 3,000만원을 들여 정비했다. 이듬해부터는 자체 예산을 편성해 매년 12~14동의 빈집 수리에 들어갔다.

한 때 밀집된 관공서 덕분에 대전의 중심지로 군림했던 중구의 경우 둔산 신시가지가 개발되면서 관공서도 이전, 구도심으로 불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인구 유출과 함께 빈집도 늘었다.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은 “도심 속 빈집은 도시미관을 훼손해 지역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것도 문제였지만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며 “특히 어린 학생들의 통학로에 있는 집들은 범죄예방을 위해서도 무작정 방치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빈집 정비 배경을 설명했다.

꽃밭으로 정비되기 전 대전 중구 용두동 빈집 당시 모습. 대전 중구 제공

하지만 빈집 정비엔 애로사항도 많았다. 빈집이라고 해서 무작정 임의로 수리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열악한 재정 탓에 비용 마련도 문제였지만 빈집 소유주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절차도 큰 걸림돌이었다. 재개발사업 가능성이 큰 지역내 일부 빈집 소유주는 향후 권리를 염두에 두고 집 정리에 반대했다. 집주인이 여러 명으로 분산된 빈집의 경우엔 주인 찾기도 쉽지 않았다.

장승연 대전 중구청 도시과 담당은 “66㎡(20평)되는 집의 주인이 8명인 경우도 있었다”며 “집주인 중 4명은 정비를 찬성했지만 4명이 반대를 해서 결국 정비를 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쉽지 않은 절차가 필요했지만 구청의 빈집 정비 노력은 계속됐다. 구청은 집 소유주에게 정비 동의를 얻으면 3년 동안 공공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의 계약도 체결했다. 철거한 빈집의 활용도는 철저하게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됐다. 지금까지 이런 과정을 거쳐 구청에서 정비한 빈집은 총 44가구. 이 가운데 공공텃밭이 28곳으로 가장 많았고 공용주차장 11곳, 주민쉼터 1곳 등이다.

외부 평가 또한 긍정적이다. 중구청의 빈집정비사업은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선정한 전국 우수혁신사례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경험이 전파된다. 중구청은 향후 대전시상수도사업본부 및 한국전력과 함께 수돗물이나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 빈집으로 추정되는 곳에 대한 정비계획까지 이어나갈 방침이다.

박 청장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조사와 집주인에 대한 설득, 예산마련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며 “하지만 정비 후 도시미관이 개선되고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다각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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