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으로 5번째 칸영화제… “봉 감독의 진화 담긴 영화”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네 번째로 협업한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뜨거운 환호를 받고 있다. “봉준호 스스로가 하나의 장르가 됐다”(인디와이어)는 극찬까지 들린다. 영화제 공식 소식지인 스크린 데일리는 ‘기생충’에 평점 4점 만점에 3.4점을 줬다. 24일(현지시간)까지 공개된 영화 17편(경쟁부문 영화는 21편) 중 가장 높은 평점이다. 한국 영화 첫 황금종려상(최고상) 수상이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기생충’은 가족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네가 IT기업 박 사장(이선균)네 가족과 만나면서 빚어지는 계급 충돌을 블랙 코미디로 펼쳐낸다. 공식 상영 다음날인 22일 칸에서 송강호를 만났다.
“봉준호 감독의 진화이자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완성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배우 송강호(52)의 목소리에 묵직한 힘이 실려 있었다. 영화 ‘기생충’에 대한 자부심은 여유만만한 표정으로도 드러났다. ‘괴물’(2006)과 ‘밀양’(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로 칸영화제를 여러 번 경험했던 그에게도 ‘기생충’처럼 열광적인 반응은 처음 느껴 보는 것이라고 한다. 21일 공식 상영 당시 기립박수가 끊이지 않자 송강호는 관객들이 박수 리듬을 맞추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제가 왜 그랬을까요. 그만큼 이 영화가 자랑스러웠나 봅니다. ‘기생충’뿐 아니라 한국 영화에 대한 신뢰감과 존재감을 인정받는 듯해 더욱 뿌듯했습니다. 봉 감독에게 큰 복이 있으라! 크하하.”
송강호는 ‘기생충’ 시나리오를 보면서 봉 감독의 초기작인 ‘살인의 추억’(2003)을 떠올렸다. 그는 “‘살인의 추억’이 성취해 낸 리얼리즘이 철학적으로 성숙해지고 진화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나아가 “봉 감독을 비롯해 박찬욱, 김지운, 홍상수 등이 이끌어 온 2000년대 한국 영화 르네상스가 ‘기생충’을 통해 집약되고 완성됐다”고도 평했다. “한국 영화 클래스의 진화”라는 극찬도 주저하지 않았다.
송강호는 가난한 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 역을 맡아 ‘봉준호의 진화’를 함께 이뤄냈다. 무능력하지만 선량한 기택은 송강호가 한결같이 대변해 온 ‘소시민’의 세계 안에 놓이면서도 묘하게 결이 다르다. 놀라운 변주다. “기택은 여러 번 사업에 실패하고 반지하 셋방살이를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낙천적인 사람이에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연체동물 같은 면모도 있고요. 인물에 집중하니 독특한 말투나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더군요.”
‘기생충’은 계급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극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송강호는 그 너머를 들여다봤다. “저는 기택에게서 자존감의 붕괴를 봤어요. 박 사장 대사 중에 ‘선’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냄새가 그 선을 넘어가요. 비애를 느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계층, 계급이 등장하지만 결국엔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인간 존중의 문제,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송강호와 봉 감독의 인연은 어느새 2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살인의 추억’부터 ‘괴물’과 ‘설국열차’(2013) 그리고 ‘기생충’까지 두 사람이 함께한 순간들은 한국 영화의 소중한 유산이다. “봉 감독은 영화 종사자, 영화 예술가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분이에요. 그러면서도 정체되지 않는 모습으로 저를 자극해 늘 깨어 있게 만들어 주죠. 봉 감독을 보면서 배우로서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봉 감독에게도 송강호는 대체 불가능한 최고의 파트너다. 봉 감독은 “만약 수상을 한다면 그 상은 배우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송강호는 “봉 감독이 괜히 쑥스러우니까 하는 말”이라며 껄껄 웃었다. “제가 칸에 올 때마다 영화가 상을 받았어요. ‘밀양’ 전도연이 최우수여자배우상, ‘박쥐’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상, 이번엔 봉 감독 차례죠. 축하 박수를 칠 준비도 돼 있습니다. 하하.”
칸=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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