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3기 신도시 추가 예정지역 발표 이후 일산 등 1ㆍ2기 신도시 주민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이를 진정시킬 ‘당근책’을 제시했다. 인천지하철 2호선과 대곡~소사선 등 동서남북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연장ㆍ연결해 기존 신도시의 교통여건을 개선하는 방안이다.하지만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다 주민들도 '실효성이 없다’며 즉각 반발에 나서는 등 진통은 지속되는 분위기다.
◇”1ㆍ2기 신도시 교통여건 개선”
김현미 장관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이 구상 중인 ‘수도권 서북부 광역교통망 보완 방안’을 공개했다. 우선 현재 공항철도 검암역까지 이어진 인천 2호선 지하철을 검단과 경기 김포를 지나 일산까지 약 12㎞ 구간을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검단 김포 일산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을 중심으로 연결되면,인천 김포 주민들이 GTX-A 노선을 타거나 일산 주민들이 여의도, 영등포 등 서울 서남부 지역에 접근하기 훨씬 수월해진다.
김 장관은 이미 발표됐거나 검토 중이던 교통 대책도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2021년 개통 예정인 대곡~소사 복선전철 전동열차는 경의중앙선을 통해 일산까지 연장운행하고, 파주시와 협의해 파주까지 연장할 지도 정하기로 했다. 서울 지하철 3호선의 파주 운정 연장안은 “파주시가 현재 사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정부도 사업성을 높일 방안을 찾아 조기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착공했지만,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한 GTX-A 노선 사업 역시 속도를 내 2023년 말 개통하도록 챙기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같은 방안이 실현되면 경의중앙선, 서울지하철 3호선, 김포도시철도, 공항철도 등 동서 방향으로 흩어져있던 수도권 서북부 철도 교통망이 남북으로도 이어진다는게 김 장관의 설명이다.
김 장관은 이날 자유로의 지하도로 확충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연구용역을 통해 자유로 등 수도권 주요 광역 간선도로에 지하 구간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자유로 등 수도권 간선도로의 ‘대심도(지표기준 40m 이상 깊이의 공간) 도로화’ 추진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국토부는 이날 김 장관이 소개한 내용과 지난해 발표한 남양주, 하남 신도시 등의 교통문제를 포함한 수도권 광역교통망 기본 구상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일산 주민들 “분노만 부채질”
김 장관이 9개월만에 가진 이날 간담회는 3기 신도시 발표 후 16일만에 이뤄졌다. 수도권 서북부 교통대책은 당초 국토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다음달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산 등 1ㆍ2기 신도시 주민들의 3기 신도시 지정 철회 집회가 거세지자 서둘러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김 장관은 이날 “보다 세밀하게 다듬어 (대책을) 발표하고자 했으나 현안이 되는만큼 그간 준비해 온 대략의 구상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밑그림이 실현되기까진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인천 지하철 2호선 일산 연장의 경우, 국토부는 올해 최적 노선을 마련해 내년까지 광역교통시행계획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우선 이해관계자 조율 등을 거쳐야 하고,계획이 확정되어도 재정당국과 협의해야 해 애초 예정대로 추진될 지 미지수다. 다른 계획들 역시 대부분이 현재 사전타당성 조사나 예비타당성 심사 준비 등 사업 초기 단계여서 설익은 발표란 평가도 나온다.
이날 김 장관의 발언이 공개되자 부동산 관련 온라인 카페와 해당 지역주민들의 카페에서는 “그동안 거론되던 대책을 확정 되지 않은 채 발표해 희망고문만 한다” “정작 중요한 서울 접근성이 빠졌다” “두루뭉술한 단어로 일산 주민들의 분노만 더욱 부채질했다”는 비판의 글이 잇따랐다.
일산신도시연합회와 운정신도시 연합회, 검단신도시 연합회 등은 25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청과 서구 완정역 등에서 예정된 항의 집회를 그대로 열 예정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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