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뿌린 주민에 비용 일체 청구 예정… 존치 여부 논란 여전 
박근혜 전 대통령 세종시청 친필 휘호 표지석 페인트 훼손 전후 모습. 연합뉴스.

이달 초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 썼던 세종시청 앞 박근혜 전 대통령 휘호 표지석이 수 백 만원을 쏟아 부어 전문업체까지 동원한 끝에 원상 복구됐다.

21일 시에 따르면 전문업체를 통해 표지석에 묻은 페인트를 닦는 등 복구 처리를 완료한 뒤 가림막을 거뒀다. 복구비용은 부가세를 포함해 총 495만원이다.

표지석은 페인트가 깊이 스며 들어 단순히 닦아내는 수준으로 복구할 수 없었다. 표면은 고압살수기에 고온수를 섞어 처리했다. 안쪽에 박힌 페인트 성분은 고운 모래를 분사해 거둬냈다. 이 과정에서 미세하게 돌이 깎아져 표지석 색깔이 종전보다 약간 어두워졌다. 복구에는 화학약품 전문 처리 업체가 참여했다.

시는 복구 비용 일체를 페인트를 뿌린 주민에게 청구할 계획이다.

지난 1일 한 시민이 붉은 페인트를 뿌려 훼손된 세종시청사 앞 박근혜 전 대통령 친필휘호 표지석이 가림막에 싸여있다. 주변으로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됐다. 세종시는 최근 495만원을 들여 전문업체를 통해 표지석을 원상 복구했다.

앞서 지난 1일 오전 10시쯤 주민 김모씨가 박근혜 표지석이 적폐의 상징이라며 붉은색 페인트를 뿌리고, 철거를 요구했다. 김씨는 현장에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세종시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 철학이 집약된 세종시에 촛불혁명으로 탄핵당해 쫓겨난 사람의 친필 표지석을 상징처럼 세워두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김씨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최근 영장을 발부 받아 김씨 자택과 차량 블랙박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자료분석 등 추가 수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해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표지석이 원상 복구됐지만 존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페인트 테러 다음날인 지난 2일 정례브리핑에서 표지석 존치 문제에 대해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시민 의견을 들어 결론을 내는 게 어떨까 한다”고 밝혔다.

이 시장의 이런 발언에 자유한국당 세종시당이 발끈했다. 한국당 세종시당은 3일 논평을 통해 유감을 표하면서 “표지석을 원상복구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으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단독범행이 아닌 조직적 범죄행위일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사전에 범죄를 모의하고 조력한 공범이 있는지를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반면,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와 세종환경운동연합 등 5개 단체가 참여한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표지석의 조속한 철거를 촉구하며 맞서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7일 “국정농단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고 물러난 박 전 대통령 표지석이 시청 앞에 자리하고 있다”며 “이미 3년 전 철거했어야 할 표지석은 오랜 기간 시민들에게 치욕적인 존재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지석 철거 여론은 박 전 대통령 탄핵정국이 한창이던 2016년부터 2017년 탄핵 결정 이후까지 거세게 일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시 관계자는 “표지석 존치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엄연히 세금으로 설치한 공공시설물인 만큼 당장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시청 표지석은 가로 4.15m, 세로 1.8m, 두께 70㎝ 크기의 삼각형 모양으로 제작됐다. 2015년 7월 16일 세종시 신청사 개청식 때 제막식을 가졌다. 당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박 전 대통령이 축하 의미로 친필 휘호를 내려 보내자, 시는 2,000여만원을 들여 보령 오석에 휘호를 새긴 표지석을 제작해 설치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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