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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자 세월호 추모사업부장 “4ㆍ16 생명안전공원 더 잘 만들기 위해 베를린 견학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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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자 세월호 추모사업부장 “4ㆍ16 생명안전공원 더 잘 만들기 위해 베를린 견학가요”

입력
2019.05.23 04:40
수정
2019.05.23 17:5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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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피스북스 대표 총괄 기획

26일부터 유가족ㆍ예술가 등 22명

獨 홀로코스트 추모공원 등 방문

기억문화여행 떠나는 김소희(왼쪽) 대표, 정부자 세월호 가족협의회 추모사업부장. 정 부장은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4.16 생명안전공원 설계 공모 때 응모해볼 생각”이라면서 “4.16 생명안전공원에 아이들이 돌아올 때, 안산 시민들이 ‘잘 돌아왔구나’ 생각하는 명소로 만들고 싶다. 성찰의 공간을 만드는데 이번 여행이 도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기억문화여행 떠나는 김소희(왼쪽) 대표, 정부자 세월호 가족협의회 추모사업부장. 정 부장은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4.16 생명안전공원 설계 공모 때 응모해볼 생각”이라면서 “4.16 생명안전공원에 아이들이 돌아올 때, 안산 시민들이 ‘잘 돌아왔구나’ 생각하는 명소로 만들고 싶다. 성찰의 공간을 만드는데 이번 여행이 도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독일 베를린은 나치 정권의 제노사이드를 가장 격렬하게 겪은 도시이자 참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기억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시내 한복판에 축구장 2개 넓이로 조성된 홀로코스트 추모공원, 약 8,000명의 나치 희생자를 거리 곳곳 돌부리에 기록해 묻은 ‘걸림돌 프로젝트’, 나치 분서갱유를 기려 아예 ‘책 없는 도서관’을 만든 바벨광장 등이 대표적인 기억 공간으로 꼽힌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예술인들이 베를린으로 기억문화 여행을 떠난다. 26일 출발해 일주일간 베를린 일대 기억 공간을 견학하고 30일 현지에서 토크콘서트를 연다. 20일 서울 통인동에서 만난 정부자 세월호 가족협의회 추모사업부장(유가족, 고 신호성 어머니)은 “안산 화랑공원에 4·16 생명안전공원 부지가 결정됐다. 막연히 잘 지어달라고 요구하기보다 잘 만든 추모공간을 직접 가서 보고, 우리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여행을 총괄 기획한 사람은 김소희 피스북스 대표다. 한베평화재단이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피스북스는 ‘평화대안대학’ 등 교육·문화 강의, 행사도 기획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광화문 천막 철거가 확정되면서부터 어떤 정치세력이 들어와도 흔들리지 않을 기억이 어떻게 마련되는지 고민했다. 예술가, 기획자들이 세월호 의미를 왜곡하지 않는 일상 속 기억장치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하다 여행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천막 철거 후 광화문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과 빛’을 기획, 설계한 김병민, 이민아씨가 이번 여행에 함께하는 배경이다.

4·16 생명안전공원의 방향성을 고민했던 4·16연대, 세월호 가족협의회가 이 여행에 합류했다. 정부자 부장은 “참사 주기 때마다 찾아가는 희생의 공간이 아니라 하염없이 찾아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기억문화 여행을 함께 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공원사업에 찬성하는 분도 있지만 반대하는 지역주민도 많은데, 가족협의회 추모사업부에서 그 분들을 만나러 다닌다. (추모공원을 지으면) 집값 떨어진다는 우려는 이해하겠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100년, 200년 보고 자랄 명소로 지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안산에 기억저장소란 곳이 있어요. (세월호 희생자) 어머니 4명이 세월호 관련 기록물을 모으는데 무조건 아이들 물건, 세월호에서 나온 물건은 다 모으고 있어요. 그 기록물을 어떻게 보존, 전시할지 여행하면 이런 부분도 공부가 될 것 같아요.”(정부자)

이달 말 베를린으로 기억문화여행을 떠나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예술가들이 20일 서울 통의동 참여연대에서 사전모임을 가졌다.
이달 말 베를린으로 기억문화여행을 떠나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예술가들이 20일 서울 통의동 참여연대에서 사전모임을 가졌다.

전문가 자문을 받아 파리, 베를린을 김 대표가 답사하고 여행 장소를 확정했다. 김 대표는 “베를린을 답사하고 일주일도 모자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가 가해자로 진실을 밝히고 기억공간을 만들었고, 피해자가 과거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치유를 받게 했다. 미래세대에 같은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일상 속 기억장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11명을 포함해 22명이 여행을 떠난다. 홀로코스트 추모공원 외에도 제2차 세계대전 폭격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카이저 빌헬름 기억 교회와 2012년 차량 테러가 발생한 교회 앞 크리스마스 마켓, 베를린 장벽 등도 방문한다. 영화감독 황혜림, 촬영감독 이강길씨가 여행 과정을 카메라에 담고, 민현식 건축가가 여행 기간 기억문화 공간들을 소개한다. 인터뷰 전 열린 여행 준비모임에 참석한 민 건축가는 “베를린에서 볼 기억공간은 아주 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누가 설계하고 만들었는지 학습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동을 받을 것”이라며 “(유가족들이 추모 공간을) 어떻게 남기고 싶은지 여행 중에 얘기해주시면 (동행한) 전문가들이 참조해 좋은 제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행단은 30일 베를린 윤이상 하우스에서 토크 콘서트를 열고 귀국 후 성과물을 전시하고 관련 토론, 세미나를 이어갈 예정이다. 토크 콘서트 등 행사 비용은 크라우드펀딩 ‘텀블벅(http://tumblbug.com/416memory)’을 통해 후원금을 모금한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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