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주택 보유세 과세 기준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서울 주택 거래시장은 잠잠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올해 공시가격과 종합부동산세율이 크게 오른 만큼 이를 피하려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 매물을 쏟아낼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매물이 나오긴커녕 오히려 서울 아파트값 낙폭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집값 바닥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서울 집값이 상승 전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내집 마련을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6월1일 목전인데 늘지 않는 매물

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이날까지 1,812건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월별 거래량은 지난해 9ㆍ13 대책 직후인 9월(1만2,219건)과 10월(1만91건)에도 1만건 이상을 기록하다가 11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 2월 1,574건까지 하락했다. 이후 이사철 수요 등 영향으로 4월 2,402건으로 잠깐 반등했지만 이달 들어 재차 ‘거래 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 주택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진 갭 투자자 등 다주택자들이 6월 1일 보유세 과세 기준일 이전에 매물을 던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으나 시장은 아직까지 잠잠한 상황이다. 보유세는 매년 6월 1일 보유 기준으로 납부자와 납부액이 결정된다. 납부 시기는 건물재산세 7월, 토지재산세 9월, 종합부동산세는 12월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 거래 이후 잔금 납부까지 통상 1~2개월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보유세 영향으로 매물을 내놓은 다주택자가 예상보다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인상에 별다른 압박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에선 당분간 ‘매물 가뭄’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증여 등 다주택자들을 위한 퇴로가 열려 있기도 하고 특히 올해 금리가 인상보다는 동결 또는 하락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수요자 입장에선 압박감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또 서울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의 거래 관망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4~5월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그래픽=박구원 기자
◇‘집값 바닥론’에도 전문가들 “서두르지마”

이런 가운데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4% 하락하며 전주(-0.05%)보다 하락폭이 줄었다.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역시 전주(-0.05%)의 낙폭을 유지했다. 급매물이 소진된 일부 단지에선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거나 소폭 상승하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집값 하락세가 잦아들 조짐에 벌써부터 ‘서울 집값 바닥론’이 거론되면서 “서둘러 집을 사야 한다”는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리해서 내 집 마련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침체로 올해 금리 인상 리스크가 사라졌고 공공택지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보상금이 풀리면서 집값이 급락할 여지는 적어졌지만, 그렇다고 상승 전환할 가능성 역시 낮다는 것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시장은 앞으로 더 안 좋아질 것이기 때문에 가격의 추가 조정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특히 갭 투자가 많았던 지역에서 급매물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1주택자도 2년 거주해야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거주가 어려운 절세 매물이 올해 하반기부터 나올 수도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7월과 9월에 재산세, 12월에 종합부동산세가 나오면 늘어난 보유세 증가가 체감될 것”이라며 “저가 매물은 꾸준히 팔리겠지만 거래량이 제한적이어서 가격 상승 압력도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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