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아 성윤아 우리 성윤아~ 엄마가 여기 있어~ 방긋방긋 잘도 웃네~”
단순한 선율의 노래를 꾸밈 없는 목소리가 부른다. 태어난 지 7개월 된 아들 성윤이를 위해 엄마 최윤아(25)씨가 지은 자장가다. 자장가 제목은 ‘무럭무럭 자라다오.’ 최씨는 17일 서울 통의동의 스튜디오 오디오가이에서 자장가를 녹음했다. 저마다 자장가를 만든 부모 9명과 함께였다.
엄마들이 전문 음악가의 도움을 받아 ‘내 아이만을 위한 자장가’를 만드는 ‘자장가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엄마의 작은 노래’.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시작한 자장가 프로젝트는 2019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개최를 계기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사회참여음악가네트워크(SEM네트워크)와 협력해 한국형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미국에서는 미혼모를 위한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자장가는 양육자와 아이 사이의 ‘내밀한 언어’다. 그런 자장가를 통해 출산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미혼모들의 마음을 달래고 산모와 아이의 유대감을 높여 준다는 취지였다. 한국에 들여 오면서 대상을 확대했다. 이번 프로젝트엔 미혼모와 다문화 가정의 엄마, 전업 주부, 워킹맘에 아빠까지, 3세 이하 아이를 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최윤아씨는 미혼모 지원 스타트업에서 이 프로젝트를 소개 받았다. 그는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힘들었던 마음이 치유됐다”며 “자장가를 만든 한달 남짓한 기간 내내 아들과 함께 다니며 좋은 추억을 쌓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 강지우씨는 “아이의 실수에 쉽게 짜증이 나는 우울한 상태가 계속되던 와중에 프로젝트에 참여해 위로 받았다”고 했다.
자장가를 만드는 첫 단계는 엄마들이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에 담는 것이다. 작곡가들의 도움을 받아 편지 글에 음률을 더하면 세상에 하나뿐인 자장가가 완성된다. “잘 시간에 왜 안 자니”라며 솔직하게 아이를 달래는 가사, “다 잘 될 거야”라며 엄마와 아이를 함께 응원하는 가사도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음악가 8명은 “예술의 가치와 역할을 확장해 가는 보람을 느꼈다”고 호평했다. 작곡가 이나리메씨는 “음악을 매개체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회참여적 프로젝트”라고 평했고, 김인규씨는 “곡을 쓰고 공연하는 것과는 또 다른 형태의 의미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완성된 자장가들은 2019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행사를 맞아 22일 국립중앙박물관 무대에서 공연된다.
일상 속에서 음악을 실천하는 프로젝트는 최근 트렌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생애주기별 예술교육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미국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교육프로그램을 총괄했던 테오도르 위프러드와 공동으로 ‘우리아이 첫 콘서트’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영국문화원과 협업해 노년기 예술교육 프로그램 제작에 나설 방침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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