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에 처한 반달가슴곰이 인공수정으로 새끼 2마리를 낳았다. 야생에서도 4마리가 태어나 개체 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지난해 2월 인공수정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반달가슴곰 새끼 2마리가 태어난 데 이어 올 1월에도 인공수정으로 새끼 3마리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 반달가슴곰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2015년부터 인공수정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해 6, 7월에 전남 구례군 종복원기술원 증식장에 있는 5마리의 암컷 곰을 대상으로 인공수정을 시행한 결과 올 1월 어미 2마리(KF-49, CF-37)가 각각 암컷 1마리와 암컷ㆍ수컷 1마리씩 2마리를 출산했다. K는 한국, R는 러시아, C는 중국이 원산지라는 뜻이고 M은 수컷, F는 암컷을 가리킨다. 뒤에 붙은 숫자는 관리번호다.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의 이사현 남부복원센터장은 “자연번식으로 개체수가 점차 늘어가고 있지만 세력이 우세한 몇몇 개체들 때문에 같은 부모에게서만 새끼들이 계속 태어나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며 “선택적 인공수정으로 건강한 여러 개체들의 후손들이 태어나 유전적으로 다양한 개체군을 형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새끼 곰들은 야생 적응훈련을 거친 뒤 올 가을께 방사될 예정이다.
한편 지리산 야생에서는 3마리 어미곰(RF-05, KF-58, KF-34)이 각각 수컷 1마리, 수컷 2마리, 성별이 확인되지 않은 1마리 등 총 4마리를 낳은 것이 올 4월 확인됐다. 현재 지리산 및 수도산 일대에 살고 있는 야생 반달가슴곰의 총 개체 수는 올해 태어난 개체 4마리를 더하고 올해 자연사로 보이는 2마리를 빼면 64마리로 추정된다.
죽은 2마리는 모두 수컷곰(RM-69 2살, KM-64, 2살)이며,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이 올 4월 중순과 5월 중순 지리산 일대에서 이들 곰의 폐사체를 확인했다. 죽은 수컷곰 1마리(RM-69)는 러시아에서 들여와 지난해 11월 지리산에 방사한 개체이며, 나머지 수컷곰 1마리(KM-64)는 지난해 2월 암컷(RF-04)이 인공수정을 통해 낳은 개체로 그해 10월 방사됐다.
이사현 센터장은 “죽은 수컷곰 2마리의 발견 장소 주변과 활동 지역을 조사한 결과, 올무 등 불법행위로 인한 폐사 흔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 곰이 동면에서 깨어난 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자연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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