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이후 거의 20년만에 미국이 치른 전면전인 걸프전(1991년)은 당시 기준으로 첨단 무기의 경연장이었다. 토마호크 미사일과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F-117A’ 스텔스 전투기로 현대전의 양상을 바꿔놨다. 미국이 이란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이번에도 베일에 싸였던 신무기를 대거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국 군수업계와 전문가들은 싸구려 ‘드론’과 소규모 보트를 대거 투입하려는 이란의 물량작전과 광활한 영토 깊숙이 숨겨진 지하 핵시설 등을 타격하는 과정에서 ▦레이저 무기 ▦GBU-57 A/B MOP로 불리는 벙커버스터 ▦차세대 수륙양용전투차량(ACV)이 병기고를 벗어나 실전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재커리 케크 연구원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에서 “이란 전에서 가장 기대되는 건 미 해군이 성공리에 개발한 레이저 무기 시스템”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은 다수의 드론과 소규모 함정을 무더기로 내보내 값 비싼 미국 미사일과 최신 함정을 소모시키는 ‘물량작전’을 펼 것으로 보이지만, 미군은 가성비 뛰어난 레이저 무기로 싸구려 물량작전을 무색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대당 1만달러도 안 되는 드론과 미국의 수백만 달러 요격 미사일을 맞바꾸는 방식의 물량작전을 편다는 게 이란 속셈이지만, 미국은 1회 발사 비용이 미사일의 100분의1도 안 되는 레이저 무기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 해군이 페르시아만에 파견한 전함 폰스(Ponce)호에 이 무기가 장착돼 현지에서 실험 중”이라고 덧붙였다.
케크 연구원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미 해병대 병력이 새로 발주한 신형 수륙양용전투차량(ACV)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의 해협 봉쇄 시도를 막으려면 아부 무사(Abu Musa), 대 툰브(Tunb), 소 툰브(Tunb) 등 이 해협의 섬을 장악하는 게 급선무인데, 지뢰ㆍ포탄공격에도 견디면서 시속 8노트로 대당 17명 병력을 안전 상륙시키거나 20㎞ 이상 이동시키는 장비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미군이 이란 핵 시설을 완전 파괴할 계획이라면 미국 보잉사가 개발한 벙커버스터와 B-2 스텔스 폭격기도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벙커버스터는 ‘GBU-57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 인데 이란과 북한의 지하 핵 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개발됐다. 핵 벙커버스터를 사용할 수 없는 민간인 거주 지역에 투입하기 위해 개발됐는데, 무게가 14t에 달한다. 현존하는 어떤 벙커 버스터보다 강력한데,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200피트(60.96m)나 뚫고 들어가서 약 2t가량의 폭탄을 터뜨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난 무게 덕분에 이 폭탄이 실제 사용된다면 전략폭격기인 B-2 스텔스 폭격기도 자동 호출될 수 밖에 없다.
한편 이란과의 전면전 초기, 제공권을 장악을 위한 방공시설 파괴 과정에서 현존ㆍ최강 전투기인 F-22 랩터도 반드시 활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케크 연구원은 “초기 임무 이외에도 랩터는 지상목표물 파괴 및 전자ㆍ첩보임무도 맡게 될 것”이라며 “이란과의 긴장이 높아지면 페르시아만 일대 기지의 랩터 배치 전력도 그만큼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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