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자카르타촛불행동 이주영ㆍ홍윤경 공동대표
현지 국립박물관서 올 2회
홍윤경(왼쪽) 이주영 416자카르타촛불행동 공동대표는 16일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 신관 로비에 마련된 5ㆍ18사진전에서 "광주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오월, 그날이 다시 왔다. 39년 전 군부가 쏘고 찌른 총칼만큼 잔인한 증오와 왜곡의 말들이 넘실댄다. 참회와 용기로 수놓은 진실의 새 조각들은 폄훼된다. “그만 하라”는 아우성은 두렵다. 사람을 주눅들게 한다. 우리나라에서 5,000㎞나 떨어진 인도네시아의 분위기도 대략 그러하다.

“왜 여기서까지”라는 지탄을 무릅쓴 5ㆍ18민주화운동 사진전이 자카르타 중심부인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 신관 로비에서 16~19일 진행되고 있다. 첫날 현장에서 행사를 주관한 이주영(49ㆍ비즈니스 통역사) 홍윤경(53ㆍ의류업) 416자카르타촛불행동 공동대표를 만났다. “광주는 민주를 뜻하는 세계 공용어”(이주영)이고 “행복해서”(홍윤경) 한다고 했다.

5ㆍ18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자카르타 도심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 벽면에 나붙은 현수막.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이역만리에서 굳이 행사를 하는 이유는.

“작년 5ㆍ18기념재단이 주최한 현지 세미나에 회원들과 참석했다. 사진전을 전세계적으로 하고 있더라. 5ㆍ18민주화운동은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은 부당한 권력에 저항해 건진 자유라는 이름의 값진 가치다. 민주 인권 평화로 확장돼 가는 광주를 자카르타에서 함께 나누고 싶었다. 올해로 2회째다.”(홍윤경)

-왜 아직 광주인가.

“새로운 증언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발포’가 아닌 ‘사살’로 광주민주항쟁의 역사는 다시 쓰여야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 같은 누구는 치부라고 여길지 모르나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진실을 알고 사과를 받고 싶다. 희생자들이 투사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이주영)

이주영(왼쪽) 홍윤경 416자카르타촛불행동 공동대표가 16일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 신관 로비에 마련된 5ㆍ18사진전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묻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전시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그걸 왜 해, 안 하면 안돼?’ 걱정하는 지인도 많다. 행복해서 한다.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연대라고 생각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면 기꺼이 감수하겠다. 이것 때문에 사업이 안 되면 사업을 접을 생각이다. 대구에서 자랐다. 전두환 전 대통령, 조원진 의원이 초등학교 선배다. 아픈 시대를 못 본 척 했고, 혼자 울분만 쌓았다. 침묵은 답이 아니다. 비록 바위를 치는 계란일지라도 상관없다. 광주가 더 많이 더 오래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홍)

-관람객 반응은 어떤가.

“러시아 폴란드 인도네시아 등 나라마다 비슷한 사연이 있더라. 러시아 여기자는 먼저 고국으로 간 친구들이 실종돼 돌아가지 못한다고 하더라. ‘1998년 5월 수하르토 군부 독재에 항거하다 사라진 수많은 대학생의 생사를 여전히 모른다’고 고백하는 인도네시아인들도 있다. 중국인들은 이런 사진전이 오픈(공개)된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부러워한다. 진지하게 묻는 이들이 많다. 여전히 투쟁이 진행 중인 그들에게 광주는 깊은 영감을 준다. 그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이)

16~19일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 신관 로비에서 열리는 5ㆍ18사진전에서 연대하고 있는 416자카르타촛불행동 회원들과 인도네시아 시민단체 도시빈민연합 회원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방문객들은 사진 앞에 골똘히 서 있거나 40분짜리 다큐멘터리에 심취해 있었다. 이날 100명 가까이 다녀갔다. 전시회 팸플릿을 더 달라는 이들도 있었다. 이번 전시는 1,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인도네시아 현지 시민단체 도시빈민연합(UPC)과 연대했다. 18일 현장에서 열리는 5ㆍ18민주항쟁 39주년 기념식엔 김창범 인도네시아주재 한국 대사가 참석한다.

416자카르타촛불행동은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가 열릴 때 꾸려졌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도 동참하자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자 뜻을 같이 하는 55명이 식당에 모였다. 세월호 참사 당시 공유했던 아픔과 분노도 단체 이름(416)에 녹였다. 현재 정회원은 58명, SNS 회원은 170명이다. “더불어 사는 삶에 필요하다면 그 길이 안갯속이라도 손을 맞잡고 연대한다”는 게 목표라고 두 공동대표는 말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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