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탐지견으로 일하다 서울대 수의대에 동물실험용으로 이관된 뒤 실험 도중 사망한 복제견 메이. 죽기 직전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비쩍 말라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최근 공개된 복제견 ‘메이’의 폐사 직전 사진이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탐지견으로 활동하다가 퇴역한 뒤 동물실험실로 옮겨졌던 ‘메이’는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며, 성기가 비대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4월 복제 탐지견에 대한 실상이 공개된 후 수의대학에서 실험 중인 퇴역 탐지견을 구조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제기되었고, 해당 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20만 명을 넘어섰다. 또한 문제의 실험실을 이끌고 있는 교수의 스승이 황우석 박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5여 년 전에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통상 과학자들의 연구윤리 문제는 관련 규제의 강화로 이어지고, 논문조작이나 연구비 횡령 등과 같은 연구자의 비위는 대중들로 하여금 기술 자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쌓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주요 분야 중 하나로 거론되는 생명공학의 발전은 식량부족이나 질병 등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현안들을 해결해줄 수 있다. 생명공학은 국가형벌권 행사를 위해서도 활용되는데, 마약탐지견이나 경찰견 등 특화된 복제견 사업이나 범죄자의 신원확인을 위해 이용되는 DNA 분석이 대표적이다. 특히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된 DNA 지문법은 과학 수사 및 재판 분야의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질 정도의 기술 혁신으로 평가된다.

DNA 분석기법이 도입된 초창기에는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인체유래물과 동일한 DNA를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시켜야 했다. 이에 수사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유전자 정보은행이라고 불리는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로 인한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반론도 제기되었다. 치열한 찬반논쟁을 통해 1994년 영국은 세계 최초로 유전자 정보은행을 구축하기 위한 근거 법률을 마련하였고, 이후 미국도 관련 입법을 정비하였다. 우리나라는 2010년에 강력범죄자의 DNA 정보를 확보ㆍ관리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운영에 관한 근거 법률을 제정하였는바, 오늘날 DNA 분석은 높은 신뢰성을 가지는 보편적인 수사 기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DNA 감식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우선 인간 이외의 동식물이나 미생물에까지 DNA 감식이 확대되어 식품의 원산지 확인이나 의약품 조사 등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대조할 DNA가 없더라도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만으로 범인을 추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데, DNA 해독 정보를 담은 mRNA(핵 안에 있는 DNA의 유전정보를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전달하는 메신저 리보핵산) 분석을 통해 인체조직을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의 DNA 감식 기술은 눈동자나 머리카락, 피부 색깔 등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였고, 이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용의자 특정에 이용되고 있다.

반면 최근 유전자공학의 혁신적 발전은 종래 신뢰성 높은 증거로 인정되던 DNA의 증거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은 바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이다. 이는 인간이나 동식물의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가 있는 DNA를 잘라내는 효소로서, 교정 대상이 되는 DNA를 찾아내는 RNA와 해당 DNA를 잘라내는 Cas9 단백질로 구성된다. ‘크리스퍼 카스나인’이라고도 불리는 3세대 유전자 가위는 종래의 유전자 가위에 비해 정확하고 효율적이며, 소요되는 비용도 수십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다. 이 기술은 유전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고, 식량 부족 문제 등을 획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특정 유전자를 우생학적으로 강화ㆍ개량시킨 ‘맞춤 아기’의 탄생 등과 같은 새로운 도덕적 딜레마를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의 한 대학 교수가 유전자 편집을 통해 에이즈 유발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진 아기를 탄생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 과학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인위적으로 변형된 유전자가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비판과 함께 부유층만이 이 기술의 혜택을 누릴 경우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형사사법 분야에서도 성폭력범죄자가 범행 직후 자신의 유전자를 편집한다면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는 더 이상 신뢰성 있는 증거로 활용될 수 없다는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 기술은 중립적이어서, 근본적으로 선하거나 악한 기술이란 없다. 결국 인간이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문제다. 획일화된 유전자를 가진 인류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맥없이 멸종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당장에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지 않더라도 우리가 유전자 편집 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경이로우면서도 두려운 그 기술이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를 열지 여부는 다름 아닌 우리의 사유와 성찰에 달려있다.

윤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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