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중국 등 해외기업의 미국 기술 위협에 대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이 만든 통신장비의 사용을 막는 내용인데,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겨냥한 조치로 보인다. 미중 간 ‘관세전쟁’이 다시 시작된 가운데, 미국이 ‘화웨이 이슈’를 건드리면서 양국의 긴장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의 하나로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 행정부는 미국의 정보통신 기술 인프라와 서비스에 점점 더 취약점을 만들어내고 있는 해외의 적들로부터 미국을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미 상무부는 다른 정부 기관들과 협력해 150일 이내에 시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국내 정보통신기술과 서비스 공급망을 외국의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우리의 데이터와 인프라가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에서는 화웨이가 직접 지목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외신들은 사실상 미국 내에서 화웨이의 사업을 금지하는 길을 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 기업이 화웨이를 포함한 일부 외국 공급자들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행정명령은 특정 국가나 기업을 지칭하지 않았지만, 미국 관리들은 화웨이를 '위협'으로 지목하고 동맹국들에 화웨이의 5G(5세대)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로비를 해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는 중국이 전날도 “미국이 국가의 힘을 남용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중국 기업을 음해하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불공정한 일”(겅솽 외교부 대변인)이라고 반발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뤄진 것이다.
전날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행정명령에 서명해, 중국 화웨이 제품을 봉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겅솽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안보 구실로 중국 기업을 이유 없이 압박하는 것을 중단하고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정상적으로 투자하고 사업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차별 없는 환경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가 자사 장비에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를 심는 방식으로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고 의심해왔다. 지난해 3월에는 미 정부기관이 화웨이와 또 다른 중국 통신업체인 ZTE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국방수권법을 의회에서 통과시켰고 이후 독일과 영국 등 동맹국에 대해서도 5G 통신망에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도록 촉구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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