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대동해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된 한 골프장 개장 행사에서 김도현 대사가 VIP 자격으로 단상에 올라 북을 치고 있다. 김 대사 뒤로 쩌엉 떤 상(앞줄 왼쪽 두 번째, 푸른 넥타이) 전 주석이 앉아 있다. 지난해 9월 별세한 쩐 다이 꽝 주석 전임이다. 김 대사 제공

베트남 기업들의 모임인 ‘베트남상공회의소(VCCI)’가 김영란법 위반 논란으로 한국에 소환된 김도현 대사 ‘구하기’에 나섰다. VCCI는 한국의 대한상공회의소(KCCI)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합한 것에 해당하는, 베트남 최대 경제단체다.

15일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코참)에 따르면 부 티엔 록 VCCI 회장은 김한용 코참 회장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김도현 대사가 한국 대사로서 베트남에서 오랫동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록 회장은 2004년부터 VCCI 회장직을 맡고 있는, 베트남 재계의 대표적 인물이다. 국회의원으로서 베트남 기업들뿐만 아니라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권익에도 힘쓰는 등 어느 대내외적으로 고위 정치인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록 회장이 ‘경제 외교관’으로까지 불리는 김 대사의 명예 회복 측면지원에 나선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베트남과 한국, 양국 발전에 지금까지 현저한 공을 세운 사람 둘이 있다”며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김 대사를 꼽았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 수준을 한 차원 끌어 올려 팀이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베트남에서는 ‘국민 영웅’으로 자리 잡은 인물이다.

록 회장은 서신에서 “김 대사는 기업가 정신을 겸비한 외교관으로서 양국 교류 및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행사에 참석한 나의 파트너였다”며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은 제쳐두고 헌신한 인물”이라고 적었다. 또 그는 “1년이라는 시간이었지만 파트너들의 신뢰를 얻고자 문화와 언어 장벽 극복을 위해 노력했다”며 “김 대사는 베트남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재계, VCCI 회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김한용 코참 회장도 서신을 통해 “대기업 임원 경력을 바탕으로 기업친화적이고 적극적인 업무 처리 방식을 통해 교민사회로부터도 환영을 받았다”고 김 대사를 평가한 뒤 “한국 정부도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김 대사의 열정과 노력을 알고 있는 만큼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라며 “VCCI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특히, 한-베친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등 한국 본토와도 각별한 인연을 자랑하는 록 회장은 코참뿐만 아니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앞으로도 같은 내용의 서신을 보내 김 대사의 명예 회복에 대한 측면 지원을 요청했다. 김 대사는 지난 3일 외교부로부터 직위 해제된 뒤, 부임 1년만인 지난 5일 귀임했다.

교민단체와 현지 재계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 대사의 베트남 복귀 가능성을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 교민단체 관계자는 “대통령이 보낸 특임대사지만, 떨어진 지지도 때문인지 여당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신경 쓰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실제 외교부가 한번 소환한 공관장이 이후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경징계 등으로 경감 받았다 하더라도 같은 공관으로 다시 나간 예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징계를 받을 경우 복귀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사태 이후 청와대가 부처 업무에 거의 간여를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징계위에서 김영란법 위반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후 청와대가 나서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외교부가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을 들어 자신을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요청한 것과 관련 ‘김영란법과 관련해선 결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대사 측 법무법인 화현 관계자는 “지난 3일 소환장 접수 직후 직위해제 처분 취소 및 직위해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며 “이달 말 징계위에서 소명에 주력하고 이후 결과에 따라 후임 보충 발령 유예 신청 등의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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