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ㆍ복지사ㆍ경찰 등 함께 출동, 응급입원까지 조치
의료계 “정신센터 근무자 처우 열악… 인프라 투자 빠져”
‘정신질환 119’로 불리는 응급개입팀이 내년부터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마다 가동된다.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응급개입팀은 정신질환자에게 자ㆍ타해 위험이 높은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경찰과 함께 출동해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상태안정부터 응급입원까지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지난달 발생한 진주 방화ㆍ살인 사건을 계기로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15일 중증정신질환자 보호ㆍ재활 조치 대책을 내놨다. 지역사회에 고립된 환자를 발견해 의료기관으로 신속히 연결하는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강화
보건복지부는 먼저 지역별 정신건강복지센터(정신센터)의 사례관리 인력 확충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정신센터는 전국 243곳에 설치된 ‘정신건강의 보건소’이지만 전문요원 1명당 담당 환자가 평균 60명에 달하는 등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복약지도는커녕 간단한 상황파악 업무도 버거운 상황이다. 이에 복지부는 당초 2022년까지 채용이 예정돼 있던 785명의 충원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전문요원 1인당 사례관리 대상자를 25명까지 줄일 계획이다.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광주에서 2012년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된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을 2022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앙정부가 광역 지자체별로 정신건강 관련 예산을 묶어서 내려주면 시도가 지역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광주에선 조기개입센터를 운영해 정신질환 발병이 잦은 시기인 청소년~대학생 환자 발굴을 강화했다. 여기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지역 5개 정신센터에 교대로 상주해 의사를 병원 밖에서도 만나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이 결과, 광주에서 정신센터에서 상담한 이후 의료기관으로 치료가 연계되는 비율이 사업 이전 9.4%에서 사업 이후 39.3%로 크게 상승했다.
이밖에도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가운데 응급ㆍ행정입원, 급성기 진료가 모두 가능한 정신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적절한 보상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자해ㆍ타해 위험이 있는 급성기 환자를 경찰이 데려가도 병원이 관리에 어려움을 느껴 입원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저소득층이 행정ㆍ응급입원 등 비자의입원(강제입원)을 하면 치료비를 지원하고, 정신센터에 등록할 경우에도 5년간 외래치료비를 지급하는 정책도 추진된다. 현재 서울, 대구, 인천, 광주, 제주에만 운영되고 있는 응급개입팀은 내년까지 전국 17개 광역단체로 확대된다.
◇현장에선 “급한 불만 껐다” 반응
의료계와 환자단체들에서는 ‘급한 불만 끄자’는 식의 대책을 내놨다는 반응이다. 환자 발견만 강조했지 정작 의료기관 퇴원 이후 지역사회에서 치료를 계속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투자에 대한 약속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정신센터 근무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정신질환 관리에 업무를 집중시키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정신센터 종사자의 75%가 비정규직으로 평균 근속연수가 2.9년에 불과해 전문성과 업무연속성이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신센터 현장 경력 20년의 전준희 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장은 “정신센터는 2000년대에는 자살예방사업, 이후 청소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사업을 해왔고, 최근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등 재난관리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치매안심센터처럼 정신센터 인원의 안정적 고용을 보장해야 전문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사법입원제 논의 등 어려운 과제는 피하고 정부가 현재 가용 가능한 자원만 동원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이제까지 재정당국의 무관심으로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사업들이 이번에는 시작된다”면서 “재정당국과 협의를 통해 최대한 복지부가 원하는 수준의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인프라 강화 계획은 내년 ‘2021~2025년 정신건강종합대책’을 수립하면서 구체화하겠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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