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4단지 공원, 독립운동 가문인 왕산, 장진홍 제치고 산동공원으로
경북 구미시 산동면 확장단지 근린공원 공사 현장 전경.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빠르면 이달 말 경북 구미에 조성되는 근린공원의 명칭을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주민, 구미시가 딴 목소리를 내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15일 구미시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구미시 산동면 국가4산업단지 확장단지 내 3만㎡ 규모로 56억원을 들여 10호 근린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이곳에는 100여 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가로 17.7m 높이 10.5m 규모 전통 누각도 들어선다. 공사 측은 공원 조성 후 구미시에 기부한다.

공사 측은 최근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근린공원의 명칭을 산동공원, 전통 누각은 산동루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이 일대에는 5,600가구 1만5,000여 명이 살고 있다. 하지만 구미지역에서는 이 명칭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당초 구미경실련은 지난 2015년 확장단지 내 지역명소 시민광장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명칭을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 선생을 기리는 의미에서 ‘왕산광장’과 ‘왕산루’로 명명하자고 제안했다. 2016년 9월에는 시민 설문조사와 네이밍선정위원회 회의 등을 거쳐 이곳을 물빛공원과 왕산광장, 왕산루로 부르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장세용 구미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수자원공사를 방문해 “인물 기념사업은 출생지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명칭 변경이 추진됐다. 인근 주민들도 공원과 광장의 이름이 지역 정체성과 맞지 않다며 기존에 정한 이름을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당시 “이곳은 독립운동가인 장진홍 선생이 태어난 곳이니 장진홍 선생 기념 사업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동 장씨 종친회도 “이곳에는 장진홍 선생 생가터가 편입돼 있다”며 장진홍 동상 설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산동면주민협의회도 지난해 11월 구미시와 수자원공사 측에 진정서를 보내 물빛공원 내 주요시설물에 지역정서와 무관한 시설물들의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협의회 측은 “왕산 선생 기념 사업은 구미시 임은동에 있는 왕산기념관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왕산가문 독립운동가 14인 동상도 기념관에 만드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구미경실련은 △원안 △장진홍 광장, 창려루 △야은 광장, 야은루 등 3안 중에 택 1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려는 장진홍 선생의 호고, 야은 길재 선생은 인근 오태동 출신이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전임 시장이 당초 구미 슬로건을 반영해 예스구미광장으로 명명하려다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해 왕산광장으로 정한 것”이라며 “왕산 광장이 지역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면 장진홍 광장으로 불러도 좋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또 “광장명칭 변경문제를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도시 브랜드 변경처럼 여겨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확장단지의 공원에 대해서는 인근 산동 지역 주민들의 정체성과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산동공원과 산동루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으나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구미시 옥계동 조수경(39)씨는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원의 명칭을 놓고 지역사회가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서는 안된다”며 “왕산 선생과 장진홍 선생 모두 지역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인 만큼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855년 구미 임은동에서 태어난 왕산 허위선생은 13도 창의군 총대장으로 1908년 일본 통감부 공격을 위해 선발대 300명을 이끌고 서울진공작전을 지휘했다. 항일의병활동 중 일본군에 붙잡혀 1908년 9월27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다. 14명이나 독립운동에 참가한 왕산 가문은 안중근 가문과 함께 식민지시대 5대 항일 가문으로 알려져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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