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담화로 항의… 미사일 우려 南엔 “뻔뻔스러운 넋두리”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에 압류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 호(가운데)가 11일(현지시간) 미국령 사모아 파고파고 항구에 도착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미국의 북한 화물선 압류 조치를 “불법무도한 강탈 행위”로 규정하며 자기 선박을 당장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대북 제재라는 “난폭한 자주권 침해”의 피해자로 자신들을 묘사하면서다. 항의 수위도 끌어올렸다.

14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최근 미국 정부가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압류한 일을 놓고 “미국의 이번 처사는 ‘최대의 압박’으로 우리를 굴복시켜 보려는 미국식 계산법의 연장”이라며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을 공약한 6ㆍ12 조미공동성명의 기본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은 저들의 날강도적인 행위가 금후 정세 발전에 어떤 후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를 숙고하고 지체 없이 우리 선박을 돌려보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변인은 “미국이 우리 무역짐배(화물선)를 강탈한 이유의 하나로 내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조선(대북) 제재 결의들은 우리 국가의 자주권을 난폭하게 침해한 것으로 하여 지금까지 우리는 이를 전면 배격하고 규탄해왔다”며 “저들의 국내법을 다른 나라들이 지킬 것을 강박하고 있는 미국의 후안무치한 행위야말로 주권국가는 그 어떤 경우에도 다른 나라 사법권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는 보편적인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입장 표명 방식의 격도 상향됐다. 대외 관계 관련 사안에 대한 북한의 입장 피력 형식 중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정부 성명이 가장 강하고, 외무성 차원 성명, 대변인 성명, 대변인 담화, 대변인과 기자와의 문답, 보도 순으로 격이 내려간다. 다만 2ㆍ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북한이 내놓은 대미 비난 형식 중에는 가장 높은 수위다. 최근 북한은 입장 표명이 필요할 때 외무성 당국자와 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주로 빌렸다.

때문에 여파가 아예 없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단 북한은 미국의 추가 제재 차단 방안을 마련하는 데 부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차후 움직임을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는 담화의 대목은 자기들의 다음 대응이 말이 아닌 행동일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경전이 더 첨예해진 상태에서 북미 간 대치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그러나 협상 판이 요동칠 정도의 악재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형식상 수위가 다소 높아졌고 거친 표현도 없지 않지만 내용을 보면 북한 입장에서 당연한 요구인 데다 메시지가 공세적이지 않고 수세적인 게 사실”이라며 “형식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쏴 올린 9일, 북한 석탄을 운송해 국제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했다고 밝힌 데 이어, 인도네시아로부터 넘겨 받은 이 선박을 11일 미국령 사모아로 예인했다.

‘적반하장 공세’는 대미에서뿐 아니다. 이날 북한의 대외용 라디오인 평양방송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9ㆍ19 남북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남측 군 당국의 입장을 “미국과의 은폐된 적대행위에 매달리며 북남 군사합의를 난폭하게 유린해서 이미 그에 대해 말할 자격을 깡그리 상실한 자들의 뻔뻔스러운 넋두리”라고 지적하며 “북남 군사 분야 합의를 위반하고 있는 장본인은 바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남조선 군부”라고 강변했다. 반면 최근 자기들이 단거리 미사일 등을 동원해 연거푸 실시한 화력 타격 훈련에 대해서는 “우리 군대의 정상적 훈련 계획에 따라 우리의 영해권 안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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