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오늘 밤은 어떤 후궁과 소견을 할 것입니까?”
13일 6살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강모(36)씨는 화들짝 놀랐다. 유튜브를 보다 이렇게 외치는 모바일 게임 광고를 봤기 때문이다.
그 뒤는 더 가관이었다. 여성 3명이 등장하고 화면이 각 여성의 얼굴과 가슴 부위를 클로즈업하더니 한 여성을 고른다. 그 다음, 이 여성이 누운 채로 2명의 남성에게 들려 플레이어인 ‘황제’에 배달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다음은 낯 뜨거운 장면이다.
이 게임의 다른 광고에는 빨간색 곤룡포를 입은 황제와 하얀색 슬립을 걸친 후궁이 “어떤 성탄절 선물을 갖고 싶소?”라는 황제 질문에 후궁은 “저는 아이를 갖고 싶습니다”라고 답한다. 그 다음 장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게임은 스스로를 “과거로 돌아간 유저(User)들이 갑작스레 황제가 되면서 황제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인재를 등용해 나라를 일으켜 세우며 아름다운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고 규정하면서 “절세미인을 황후로 책봉하는 시스템을 통해 능력치를 강화시켜 명예와 권세를 누릴 수 있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림 2모바일게임 '황제라 칭하라' 광고. SNS캡처
이 게임뿐만이 아니다. '황제라 칭하라', '남자가 왕이다', '왕이 되는 자' 같은 게임들은 “남자여 밤을 견뎌라” 같은 낯 뜨거운 문구를 내세운 광고들을 내보내고 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강씨는 “내용 자체도 지나치게 과장된데다 인터넷 광고에는 연령 등급조차 없어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어 큰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선을 넘은 게임광고가 인터넷에 넘쳐나는 이유는 사전 심의가 없어서다. 게임의 경우 게임의 콘텐츠 자체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 심의를 거치지만, 게임의 광고는 사후 모니터링만 있을 뿐이다. 게임 광고를 막을 수 있는 근거는 게임 내용과 다른 ‘허위 과장 광고’였을 때뿐이다.
실제 지난해 4월 여성에 대한 노골적 성상품화라 비판받았던 모바일 게임 ‘왕이 되는 자’의 경우 광고 차단 처분이 내려졌지만, 광고 내용의 선정성이 아니라 허위성이 문제가 됐다. 쉽게 말해 광고가 야해서가 아니라, 본 게임이 광고처럼 야하지 않아서 문제였다.
사후 모니터링조차도 허술하다. 게임 심의를 맡은 게임물관리위원회와 영상 광고물을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겹쳐 있어 누가 할 지 모호한 상황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조차 “두 위원회 사이에 법적으로 미비한 지점이 있다”라며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올해부터 분기별로 한번씩 두 위원회 팀장급 회의를 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게임 광고에 대한 사전심의제 도입은 쉽지 않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입장에서는 검열 논란을 의식,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정부의 책임방기라는 지적이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할 우려가 있는 콘텐츠들을 미리미리 들여다 보는 게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있다면, 세밀한 등급을 설정해서 콘텐츠 접근권을 세분화하는 것 등 대안을 내놓는 건 정부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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