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ㆍ경북ㆍ경북대 순으로 많아… 대학들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게티이미지뱅크

단국대 A교수는 2014년부터 9차례나 부실 학회에 참석했다. 정부에서 지원한 연구비 2,486만원을 학회 참가비와 논문 출판비로 썼다. 그는 “발표시간과 논문 리뷰 기간이 짧고 단순해 이들 학회를 자주 이용했다”고 말했다. 정부 연구비와 대학 재원 2,574만원을 들여 9차례나 부실학회에 참석했던 강릉원주대 B교수는 “저명한 학술지에 게재하기엔 부족한 논문을 사장시키긴 아까워 학술대회 발표와 동시에 논문을 게재해주는 와셋(WASETㆍ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을 애용했다”고 소명했다. 엉터리 실적을 쌓으려는 교수들에게 대학이 내린 처분은 가벼웠다. B교수는 견책 조치만 받았다.

아무런 심사 없이 학술대회를 열고, 돈만 주면 논문 발표와 함께 학술지에 연구결과를 실어주는 부실학회에 최근 5년간 국내 90개 대학의 교수 574명이 808차례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울대 교수들의 참가 횟수가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는 와셋과 인도 오믹스(OMICSㆍ오픈 엑세스 과학 논문 출판사 및 학회)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인데, 과학계에선 부실 학술 기업으로 여겨지는 중국 비트(BIT)가 주최하는 학회 등을 포함하면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가 공개한 ‘미성년 공저자 논문 및 부실학회 참가 조사ㆍ조치 결과’는 실적ㆍ성과만 낼 수 있다면 학자로서의 양심도 파는 얼룩진 상아탑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국내 90개 대학 574명의 교수가 부실 학회에 참가했는데, 대학 별로 보면 서울대 교수가 4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북대(23명)와 전북대(22명), 부산대ㆍ중앙대(각 18명), 연세대ㆍ세종대(각 17명), 성균관대ㆍ동아대ㆍ경상대(각 15명)가 뒤를 이었다.

부실학회 처분 현황 / 김문중 기자

부실 학회 참석 횟수는 1회가 455명으로 가장 많았고, 2~6회가 112명이었다. 7회 이상 참석한 교수도 7명이나 됐다. 국내 237개 대학 교수들이 최근 5년 동안 해외출장 다녀온 내용 등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정부는 부실학회에 참가한 것으로 확인된 교수 중 국가연구비를 지원받은 473명에 대해 출장비 회수 절차 등을 밟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정부의 연구비 사업에 선정되면 발표 논문이나 국내외 학술대회 참석 횟수로 지원금을 얼마나 잘 썼는지 평가 받아야 한다”며 “정부가 만든 어설픈 평가지표와 학자들의 비양심적인 행동이 맞물려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작 대학들의 처벌은 솜방망이였다. 부실학회 참석 교수 574명 가운데 주의ㆍ경고 조치를 받은 이가 452명(78.7%)이나 됐다. 대학들은 “학술활동 성실성을 참작했다”(고려대), “부실학회임을 인지하지 못했다”(홍익대) 등의 이유를 대며 오히려 해당 교수들을 감싸는데 급급했다. 경징계(76명)와 미조치(40명)까지 합하면 99.0%가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다. 중징계를 받은 이는 6명에 불과했다.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과 관계자는 “과학계 검증을 거쳐 중국 비트 등 부실의심 학회가 부실학회로 판정되면 여기에 참가한 교수들에 대해서도 전수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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