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들 복지부동 비판하며 언급… “주52시간제를 원인으로 몰아 불만” 說도
“당청 핵심인 두 분 발언에 국토부가 직접 거론됐으니 참 당혹스럽죠. 어떤 부분을 언급하신 건지도 정확히 모르겠고…”(국토교통부 관계자)
국토교통부가 최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간의 ‘정부 관료 복지부동’ 비판 밀담에 직접 언급된 것을 두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버스 파업에 대한 대처가 당청의 비판 대상이 된 것으로 짐작하면서도 이들 발언의 진의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앞서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 출범 6주년 행사에 참석한 김 정책실장은 회의에 앞서 이 원내대표와 나눈 대화에서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공무원들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당시 두 사람은 대화 내용이 방송사 마이크에 녹음되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단적으로 김현미 장관이 (후임 장관 인선 문제로) 그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해”라고 말하자, 김 정책실장은 “지금 버스 사태가 벌어진 것도…”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 발언에 대해 국토부는 15일로 예정된 전국 버스노조 파업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성 발언 아니겠냐고 추측하고 있다. 국토부는 그 동안 버스노조 파업과 관련해 임금 인상 요구가 핵심이라고 보고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임금 인상 권한이 있는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해 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에서 버스요금 체계 개편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지시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 때문에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주52시간 근로제가 이번 버스 파업의 원인으로 비친 것에 당청이 불편함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국토부는 지난 10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역 버스업체는 이미 주 52시간 근무제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파업의 쟁점이 아니라 임금ㆍ복지 등 통상적인 임단협을 위한 쟁의행위”라며 뒤늦게 주52시간 근로제와 무관한 파업이라는 설명에 나섰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이 원내대표와 김 정책실장의 발언을 두고 “버스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벌이는 파업까지 공무원 탓으로 돌린다”는 볼멘소리도 적잖다. 국토부의 한 공무원은 “최근에 장관까지 나서서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했을 정도로 임금 인상이 이번 파업의 핵심이다”며 “버스 파업이 당청의 질책을 받을 사안인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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