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 침체되면 중간재 수출 타격…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엎친데 덮친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미국이 지난 10일(현지시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미중 무역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2%대를 밑도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올해 1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0.3%에 그치는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경고등이 커진 상황에서 ‘무역분쟁→미중 성장 둔화→한국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연쇄충격의 강도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당장 원ㆍ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으로 이어지며 자칫 대규모 자금 유출 우려까지 낳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가능성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무역전쟁의 ‘포문’을 본격적으로 연 시점은 작년 7월 6일(현지시간)이다. 당시 미국은 기계와 전자부품 등 첨단산업 분야의 중국산 수입품 818개 품목(340억 달러)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8월 279개 품목(160억 달러) 25% 관세→9월 5,745개 품목(2,000억 달러) 10% 관세(2019년부터 25%) 등 대(對)중 통상압박을 이어갔다. 그러다 작년 12월 양국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10→25%)을 90일간 유예했다. 하지만 이 같은 ‘휴전’ 기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결국 미국이 이달 10일 인상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또 미국은 3~4주 후엔 나머지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25%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향후 미중 무역분쟁 시나리오는 크게 세가지다. ①추가 협상기간인 3~4주 내에 양국이 합의하거나 ②미국이 2,000억 달러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 인상하되, 중국이 보복을 자제하는 등 ‘협상 테이블’을 유지하며 장기전에 돌입하거나 ③양국이 전면 무역전쟁에 돌입하며 미국이 나머지 3,000억 달러 중국산 제품에도 추가 관세를 물리는 경우다. 일단 통상 전문가들은 지금 단계에선 ②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12일 “내년 말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곧장 무역분쟁 협상에 타결을 하면 ‘약발’이 떨어지니 금년 말이나 내년 초까지 (이런 국면을)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도 “2,000억 달러 제품에 대한 25% 관세가 유지되며 시간이 경과하는 ②안이 유력하다”고 관측했다.

미중 무역분쟁 주요 일지. 그래픽=김경진기자
◇한국 성장률 1%대 급락 우려

설령 미중 무역분쟁이 지금보다 격화되지 않는다 해도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발 충격은 특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2017년 기준 점유율 24.8%)이자, 대중 수출품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중간재 비중이 78.9%에 달한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가 우리의 대중 수출 감소와 직결되는 구조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우리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이를 가공해 미국 등에 최종재를 수출하는 구조”라며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 연쇄적으로 한국경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수출 부진이 국가경제 전반의 침체로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더욱 클 것이란 전망도 파다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는 중국 내수침체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며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 GDP는 0.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유력 경제전망 기관에선 미중 무역분쟁 격화가 중국 경제의 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잠식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씨티그룹은 이번을 포함한 미국의 연속 관세 부과 조치로 중국 성장률이 1.04%포인트 하락할 것이며, 미국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기면 성장률 2.15%포인트 하락 효과가 발생할 걸로 내다봤다. 이들 추정치를 종합하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정부 예상치 2.5~2.6%)이 2%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 중 가공을 거쳐 미국에 최종재 형태로 재수출되는 비율이 5%(약 56억1,000만 달러ㆍ2014년) 수준이란 무역협회 통계를 근거로 우리 수출에 미칠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거란 반론도 나온다. 중국이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작년보다 0.2%포인트 높은 2.8%로 잡는 등 대규모 내수 부양책을 계획하고 있는 점도 우리 경제에 완충재 역할을 할 거란 반론도 있다.

한국 수출 상위 5개 국가. 그래픽=김경진기자
◇외환시장도 출렁

미중 무역분쟁 여파는 외환시장에는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10일 종가 기준 1달러당 1,1770.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일(1,133.7원)과 비교해 약 40일 만에 43.3원(3.8%)이나 급등한 것이다. 특히 지난 10일 장중에는 1,182.9원까지 치솟으며 장중 기준 2017년 1월 17일(1,187.3원)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는 외국인들이 지급 받은 배당금을 달러로 환전해 본국에 송금하며 일시적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입장이나, 시장에선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악화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란 시각이 많다. 올해 1분기 실질 GDP가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0.3% 감소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까지 겹치며 향후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도 미국 관세율 인상에 대응해 위안화 절하를 택하면 원화도 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2분기 중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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