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직은 인상 검토 안 해” 재정 압박 상당해 방향 틀 수도
‘버스 파업’을 앞두고 당정에서 버스요금 인상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서울시에 대한 요금 인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그 동안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대비를 해온 만큼, 요금 인상 요인은 없다고 선을 그어온 시에서도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고홍석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12일 “시 입장에서는 지금 단계에서 요금 인상을 한다, 안 한다 말하기 어렵다”며 “당정 협의를 한다고 하니 이제 저희 단계는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여당은 버스 파업 문제를 직접 풀기로 하고, 시에 요금 인상에 협조하기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이 시에 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배경엔 경기도와의 통합환승요금체계가 있다. 7월부터 시행될 주 52시간제에 따른 인력 충원과 임금 보전 문제 등을 놓고 노사간 갈등 중인 경기도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여론 눈치를 보면서 요금 인상은 미루고 있다. "환승할인제로 묶여있는 서울도 함께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게 경기도측의 일관된 입장이다. 교통비 총액을 일정 비율로 서울과 나누는데 경기도만 요금을 올려봤자, 이에 따른 이득도 나누게 되면서 사실상 요금 인상 효과가 없다는 계산이다. 통상 수도권 요금은 보조를 맞춰 함께 인상을 해왔다.
서울시에서도 재정 압박 요인이 상존한 만큼, 요금 인상으로 선회할 여지도 있다. 시는 연간 2,500억원을 버스회사에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5,402억원을 적자분을 메우는 데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예산 부족으로 주지 못했던 지원금을 한꺼번에 지급한 결과다. 오희선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주 52시간제와 상관없이 연 2,500억원씩 손실을 보전해줘도 매년 200억~300억원씩 적자가 생긴다”며 “요금 동결로 수입은 똑같은데 인건비가 오르는데다 경제활동인구가 줄고 있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적자"라고 설명했다.
일단 서울시는 요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기도와 달리 이미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 중이어서 요금을 올리지 않고도 주 52시간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에선 지난해부터 인력을 300명 이상 추가 채용하고, 운행 횟수를 줄여 탄력근무제를 실시하는 등 단계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적용해왔다. 현재 평균 근로시간은 47.5시간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실시에 맞춰 착실히 준비해온 만큼 지금은 시가 요금 인상을 검토할 여건이 아니다”며 "서울시가 가져가는 환승 이익이 문제라면 사후정산 등을 통해 꼭 요금을 올리지 않더라도 해결할 다른 방안이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일각에서는 사후정산뿐 아니라 재정부담을 늘리는 등 버스 요금 인상이 아닌 다른 대안들도 흘러나온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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