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선언한 KB손해보험 센터 이선규. KOVO 제공.

15년 정든 코트에서 떠나는 V리그 ‘최강 방패’ 이선규(38)는 지난 10일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돌이켜 보면 행복했다”면서 “어느 정도 좋은 모습일 때 물러나게 돼 개인적으로 복이라 생각한다”라고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이선규는 지난 3일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그래도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고 했다. 인터뷰 중에도 목소리에선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선규는 “매일 배구를 했기에 아직 100% 실감 나지 않는다”면서 “현재는 딸 은유(5)와 많은 시간을 보내려 노력 중”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올해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유소년 교육 및 스카우트로 일할 예정”이라면서 “올해 은퇴하든, 내년에 은퇴하든 아쉬움은 있을 것이다. 지금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데 좋은 타이밍이라 생각했다”라고 유니폼을 벗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함의 대명사로 코트를 지킨 그의 성실함은 기록에서 드러난다. 3개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를 꼈고, 5번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개인 블로킹 1위에도 4번이나 올랐다. 한 경기 최다 블로킹 기록(11개)은 덤이다. 통산 득점 3,255점으로 V리그 역대 8위인데, 통산 블로킹은 1,056점으로 단연 1위다. 2위 윤봉우(897점ㆍ우리카드), 3위 하현용(814점ㆍKB손보)과도 격차가 크다. 통산 세트당 블로킹도 0.65개나 된다. 역대 최고 센터로 평가되는 ‘거미손’ 방신봉이 세트당 0.61개(통산 718 블로킹)인 점을 고려하면 수치상으로는 한 수 위인 셈이다. 공격 득점도 2,138점(역대 15위)로 윙 공격수가 아닌 센터 중에는 가장 많다.

특히 출전 경기수ㆍ세트수가 각각 467경기 1,624세트로, 1위 여오현(487경기ㆍ1,796세트ㆍ현대캐피탈)에 이어 역대 2위다. 그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는 뜻이다. 이선규는 “출전 경기 2위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면서 “한 시즌만 더 뛰었으면 500경기 출전이었는데…”라며 못 다한 기록에 대한 아쉬움도 솔직히 내비쳤다.

이선규는 2018~19시즌 2라운드에서 허리 부상을 입었다. 이후 한 경기만 빠지고 다시 코트에 나섰는데, 이후 부상이 더 심해지면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선규는 “부상 직후 여유를 갖고 충분히 쉬었어야 했는데, 개인적인 욕심도 컸고 팀도 외국인 선수 부상과 연패 등으로 급했던 상황이라 무리하게 출전했다”면서 “그 타격이 3, 4라운드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라며 되짚었다.

은퇴 선언한 KB손해보험 센터 이선규. KOVO 제공.

이선규는 ‘센터 사관학교’ 현대자동차서비스에서 실업 선수 생활을 시작한 뒤 2005년 프로 출범 후 현대캐피탈에서 줄곧 뛴 ‘현대맨‘이었지만 2013년 삼성화재로, 2016년 KB손해보험으로 각각 이적했다. ‘원팀 맨’이 되지 못했던 데 대해 이선규는 “물론 아쉬움도 있지만, 이적을 통해 새로운 팀 문화와 배구 스타일을 익히면서 나 스스로 한 계단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 덕에 KB손해보험에 자유계약선수(연봉 3억5,000만원)로 오게 됐다”라며 웃었다.

애착이 가는 기록은 역시 1,000블로킹이다. 이선규는 지난 2018년 2월 11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5라운드 홈경기에서 상대 외국인 선수 타이스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V리그 남자부 최초로 통산 1,000블로킹 달성에 성공했다. 이선규는 “이전 4라운드에서 삼성화재에 1-3으로 패했다”면서 “5라운드에서 팀도 승리(3-1)하고 개인 기록도 달성해 기쁨이 두 배였다”라고 떠올렸다.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도 빼 놓을 수 없다.

이선규. KOVO 제공.

KB손해보험은 다른 팀에 비해 센터가 다소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이선규마저 빠지면 중앙 공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선규는 그러나 “내가 있으면 팀에 조금은 더 보탬이 되겠지만, 베테랑 하현용이 건재하고, 김홍정, 이수황도 훌륭하다”라고 후배들에게 믿음을 보냈다.

적지 않은 기록을 세웠지만 못다 이룬 꿈은 있다. KB손해보험을 ‘봄 배구’로 이끌지 못한 것이다. 2018~18시즌 당시 KB손해보험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고 4위까지 오르며 선전했지만, 3위 대한항공과 승점차(7점)를 좁히지 못하면서 플레이오프 문턱에서 좌절됐다. 이선규는 “KB로 이적하면서 봄 배구 진출을 목표로 했는데, 팬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라며 “선수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하겠다”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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