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 의견 양극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 결정의 주요 고려사항 가운데 금융안정과 성장 전망을 두고 시각차가 커지는 모양새다. 한동안의 인상 기조를 멈추고 다음 방향을 모색하는 기준금리를 둘러싼 금통위원 간 이견에 향후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금융안정 책무 두고 이견 표출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동철 금통위원은 8일 한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시점에 이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2년 이후 물가상승률이 내내 한은의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현실을 지적했다.

조 위원은 “한은 통화정책이 물가목표 달성에 소홀하게 됐다”며 그 계기로 ‘금융안정’이 한은의 책무로 추가된 2011년 한은법 개정을 지목했다. 가계부채, 부동산가격 등을 관리하며 금융안정을 꾀하려다 보니 통화정책을 긴축 운용하는 경향이 강화됐고 이로 인해 저물가가 만연해졌다는 주장이다.

조 위원은 또 저물가는 시장금리(실질금리+물가상승률)를 끌어내려 통화정책을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인플레 기대심리 약화와 금리 하락이 맞물리면 저금리가 더욱 심화되고 디플레이션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도 그는 경고했다.

이에 조 위원은 한은이 물가 관리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은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정책과제지만, 금융안정은 더 다양한 수단을 보유한 금융당국이 존재하는 반면, 물가안정은 통화당국 외엔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통화정책의 초점을 물가 견인에 두라는 의미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하반기 경기반등 전망도 양극화 

이런 조 위원의 발언은 지난 3월 이일형 금통위원의 발언과 대비된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진영인 이 위원은 “완화적 통화정책이 과도한 금융불균형을 유발할 경우 저성장, 부채 확대, 특정 산업(부동산)의 과잉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통위 내부에 금융안정을 둘러싼 극명한 입장차가 확인된 셈이다.

전날 공개된 4월 금통위 회의 의사록에선 성장 전망을 둘러싼 견해 차도 확인된다. 한은 집행부(조사국)가 제시한 ‘2분기 이후 성장세 회복’ 전망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 형국이다.

A위원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 반도체 경기 회복 전망, 확장적 재정정책 효과를 들어 “하반기 이후 성장세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위원도 미국 통화정책 완화 등을 언급하며 “주요국 정책과 금융상황이 (국내외 경제에)우호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2분기 이후 국내 경기가 추가로 둔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C위원은 “조사국은 2분기 이후 성장세 회복을 기대하며 올해 성장률 전망을 소폭(2.6→2.5%) 낮췄지만, 이런 기대가 실현될지는 상당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가계소비와 기업투자의 반등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D위원도 “향후 통화정책은 경기, 물가 등 거시경제의 하방 위험을 완충하는데 보다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달 말 금통위 회의에서 그간의 만장일치 금리 동결 기조를 깨고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금통위원 중 비둘기파(조동철, 신인석)가 소수란 점, 금통위 의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점을 감안하면 경기 사정이 크게 나빠지지 않은 한 당장 금통위가 금리 인하를 의결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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