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료사진

무상급식에 이어 생리대도 ‘무상복지 시리즈’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올해 3월 경기 여주시의회가 전국 최초로 만 11~18세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무상지급하는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당긴 불씨가 서울시로 옮겨 붙었다. 일부 저소득층에만 선별적으로 지원 중인 생리대를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지급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재원이 없는 상황에서의 보편적 복지는 과잉복지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2017년 깔창생리대 사연이 소개된 이후 생리대는 선별적 복지 물품이 아닌 공공재로서 국가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모아지고 있다”며 “공론화 과정을 만들어 6월에는 생리대를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무상지급하는 조례를 발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생리대 보편지급 정책을 위한 토론회도 열었다.

우선 인구 절반인 여성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필연적으로 생리를 매달 겪어야 한다는 점에서 생리대는 보편적 복지의 대상이라는 주장이다. 생리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불편함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기본권이자 건강권 차원에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그 동안 우리 공교육과 복지제도는 ‘월경하지 않는 몸’을 전제로 설계됐는데 이제는 ‘월경하는 몸’을 전제로 한 복지제도의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월경의 공공성을 보다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현재 저소득층 중심의 선별적 지원은 수치심이나 사회적 낙인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 복지의 범주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해당 조례를 대표 발의한 최종미 여주시의원은 “선별적 지원 방식은 여성청소년들이 스스로 가난을 증명해야 돼서 지원받기를 꺼려해 보편적 복지로 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조례를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여주의 경우 지난해 생리대 지원 대상인 308명 중 실제 신청한 여성청소년은 189명에 불과했다.

생리대의 보편적 지급은 전세계적 추세로 번지고 있다는 것도 찬성론자의 주장이다. 미국 뉴욕시는 2016년 공립 중·고교에 무료 생리대 자판기 설치 법안을 통과시켰다. ‘생리 빈곤(period poverty’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영국도 올해 9월부터 모든 중등학생과 대학생에게 생리대를 무상 지급한다. 앞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도 2018년부터 모든 초ㆍ중ㆍ고등학생, 대학생 등 39만5,000명에게 생리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여성청소년 생리대 무상지급 소요 예산-박구원 기자/2019-05-07(한국일보)

하지만 ‘돈’이 생리대 보편 지급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특히 만 11~18세 여성청소년이 32만6,566명에 달하는 서울의 경우 소요예산이 411억4,731만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저소득층에게만 선별적 지원하는 예산(올해 21억5,000만원)의 20배에 가깝다. 시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24%도 안 되는 여주에 비해 78.4%인 서울은) 이 정도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매년 집행한다고 할 때 적은 돈은 아니라서 사실상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희서 구로구의원은 "35조원이 넘는 시 전체 예산 규모를 봤을 때 411억원이 너무 커서 못할 정도로는 볼 수 없다"며 "무상급식처럼 시교육청 예산을 끌어들이면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생리대 선별적 지원에 대해서는 여성가족부가 국비로 30%를, 나머지를 시와 구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예산이 아닌 정책 의지의 문제라는 반박도 나온다. 김진선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장은 “여성 건강이라는 필수적 권리에 얼마나 우선순위를 부여할까 선택의 문제”라며 “보편적 복지를 생각할 때 411억원은 큰 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보편적 복지 자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복지 재원이 없는 보편적 무상복지는 나라를 거덜나게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의원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 되고 있고, 서울시는 공공시설 화장실 200곳에 비상용 생리대도 비치하고 있다”며 “정말 필요로 하는 곳에 효율적으로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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