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요강꽃 사진. 국립수목원

“가장 귀한 꽃은 무엇일까요?” 우문입니다. 모든 꽃들이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각각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가지며 살고 있는 소중한 존재들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개개인에게 있어서 특별히 의미 있는 그래서 더욱 귀한 꽃으로 마음속에 남아있는 꽃, 요즈음 말로 치면 ‘인생 꽃’, ‘인생 식물’들이 있을 듯합니다.

제게도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들어가 맡은 첫 프로젝트는 개화 시기에 따른 아까시나무 꽃의 화밀, 즉 꿀의 양을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일정한 간격 그러니까 밤이고 낮이고 새벽이고 시간별로 꽃을 모으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신록이 참으로 싱그러운 봄, 아까시나무 꽃이 필 즈음이면 그 꽃향기와 함께 시간여행을 하듯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 어렵던 시절에 말없이 동행해 주었던 친구는 이제 반려자가 되어 지금도 제 곁에서 함께 해주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귀한 꽃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팝나무 집안 나무들도 제게는 귀한 꽃들입니다. 박사학위 논문을 쓴 대상이어서가 아니라 그 나무들이 피워내는 꽃들을 찾아 헤매던 시간들, 그렇게 찾아낸 각각의 식물들의 다름과 같음을 정리해나갔던 긴 과정은 스스로의 한계를 깊이 깨닫게 해주었지요. 인생이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되었지요. 하지만 지금도 저 멀리 지형만 보아도 각기 다른 생태를 가진 조팝나무 집안 나무들을 구별할 수 있을 만큼, 각각의 식물과 서식지를 함께 보는 경지(?)를 얻었답니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제게 가장 귀한 꽃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광릉요강꽃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희귀식물이지요. 풀과 나무를 아름답게 심고 가꾸는 것은 공원이나 수목원, 식물원이 같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수목원이나 식물원에서의 식물은 각각이 이력이 있는 관리되는 식물자원이며 중요한 현지외보전시설이라는 점이지요. 수목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시작한 연구는 희귀식물 보전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꽃에 주목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제가 일하는 광릉숲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에도 “광릉”이라는 글자가 붙었음에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예전엔 광릉숲에 수많은 개체들이 있었는데, 귀한 난초라고 하여 몰래 캐어나가는 사람들에 의해 거의 사라져 버린 것이었어요. 이 꽃을 되살려보고 싶어 전국의 깊은 산골짝을 찾아다녔습니다. 수소문 끝에 어렵사리 만난 개체들도 너무 어려 발견되지 않았던, 그래서 아직 꽃을 아직 피우지 못한 어린 포기 한둘 정도였습니다. 그땐 이 꽃 한번 보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었습니다.

이 연구는 후배연구자들에게 이어져, 새로운 집단들을 찾아내며 자라는 곳의 생태를 조사하고, 증식 방법을 연구하고, 조직배양으로 성공한 개체가 이식에 실패하는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뿌리에서 공생하는 균들도 분리해 보고, 충실한 결실로 가기 위한 꽃가루받이 과정을 알아내느라 몇 날 며칠이고 매개하는 곤충들을 조사하며 그 기작을 살펴보며 이십여년이라는 긴긴 세월이 지났습니다. 진정성이 없었다면 포기 할 수밖에 없었을 그 지난한 과정을 극복하여 광릉요강꽃은 수십 개체로 늘어났고, 며칠 후면,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보전원 안에 ‘광릉요강꽃 밸리’를 조성하여 복원합니다. 식물을 공부하고 보전에 마음 쓴 사람의 하나로 인생에 가장 벅차고 의미있는 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게 가장 귀한 꽃이 된 사연입니다.

바람이 하나 더 있다면, 광릉요강꽃 증식이 보다 대중화되어 광릉숲 주변의 농가에서는 이 꽃들을 재배하고, 보급하여, 몰래몰래 캐어내 훔쳐 가는 꽃이 아니라 원하는 이들은 누구나 꽃시장에서 사서 정원에 심을 수 있은 꽃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한번 보기조차 어려운 귀한 꽃에서 졸업하는 그 날이 진짜 보전의 완성이 되는 날이 될 테니까요. 봄이 가기 전에 아직까지는 여전히 귀한 광릉요강꽃 꼭 한번 보러 오십시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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