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다운로드로) 경찰 조사가 시작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아니다', '모른다'로 일관해야 합니다", "위험한 영상들은 토렌트 말고 구글 드라이브 통해서 보세요."
'AV 정보 공유 사이트'라는 이름이 붙은 사이트에 올라온 '경찰 단속 대처 요령'들이다. 아동 음란물을 '안전하게' 보는 방법도 버젓이 댓글로 달린다.
6일 해당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운영자는 이른바 '야동'이 공유되는 사이트 주소와 우회 접속 방법 등을 자세히 적어 매달 정보 글을 업데이트한다. 경찰 사이버수사대 단속으로 음란사이트 접속이 차단되는 것에 대비해 각종 우회 방법을 소개하기도 하고, 경찰 수사망에 올라 있는 영상과 '아직 걸리지 않은' 영상의 제목도 분류해 알려준다.
접속 링크와 함께 각종 음란물 사이트의 특성을 분석해놓은 게시글도 매달 업데이트된다. 운영자는 사이트 A에 대해 "'초대남'이나 '지인 능욕' 등 예전 소라넷 사진 게시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하고, 사이트 B는 "타 사이트에서 금지하고 있는 '화장실 몰카'나 '아청물'(아동청소년 음란물)도 다룬다"고 소개했다.
모두 불법 소지가 다분한 '제2의 소라넷' 사이트들로, 한때 1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했던 소라넷의 뒤를 잇고 있다.
'초대남 모집'은 정신을 잃은 여성의 나체를 찍어 사이트에 공개하며 집단 성폭행을 함께할 범죄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상대 동의 없이 음란물을 올린다는 점에서 음란물유포죄와 더불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위배된다.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영상이 공유된다면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도 적용된다.
2016년 소라넷 폐쇄 운동이 벌어졌던 것도 단순히 '야동' 공유를 넘어 '몰카',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헤어진 연인에게 앙심을 품고 유포한 성관계 동영상) 등으로 피해자가 발생하는 데 대해 거센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미국·네덜란드 등과 공조수사를 통해 소라넷의 네덜란드 서버를 압수수색해 폐쇄했다. 그러나 소라넷 폐쇄 후에도 비슷한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퍼지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정보공유도 버젓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음란물 공유 사이트 운영은 물론 불법이지만, 법조계에 따르면 이렇게 음란물을 직접 공유하지는 않으면서 관련 정보만 공유하는 행위도 법률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성희롱·성폭력상담실 자문위원)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아무런 제한 없이 웹사이트의 음란한 영상을 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을 '음란물을 공연히 전시한 것'으로 평가해 처벌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설명한다. 영상을 직접 게시하지 않더라도 링크를 통해 음란물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변호사는 "아동·청소년물이 공유되는 사이트 링크를 기재한 것에 대해서는 청소년성보호법 조항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공유 사이트도 서버가 해외에 있을 경우 다른 음란물 공유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수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음란물과 관련된 대부분 사이트가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어 처벌 가능한 국내법이 있더라도 실질적으론 법 적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경찰이 의지를 갖고 해외 수사기관에 공조를 요청해 수사한다면 적발과 처벌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불법 촬영물이나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유통하면서도 경찰 수사망 밖에 있는 사이트가 여전히 많다"며 "이러한 '제2의 소라넷' 사이트와 함께 정보공유 사이트들도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