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우후죽순 ‘O리단길’ 뜨는 만큼 지는 속도도 빠른 핫플레이스

알림

우후죽순 ‘O리단길’ 뜨는 만큼 지는 속도도 빠른 핫플레이스

입력
2019.05.04 04:40
2면
0 0

 [신흥 골목상권 잔혹사] 

 석촌호수 ‘송리단길’ 최고 핫플, 복고 열풍에 익선동도 인기 

 망리단길 벌써 “내리막”… 임대료도 문제지만 유행 너무 짧아 

2일 오후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서울 송파구 송리단길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홍인기 기자
2일 오후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서울 송파구 송리단길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홍인기 기자

골목상권의 원조로 불리는 이태원 ‘경리단길’이 인기를 끌자 서울에는 망원동 ‘망리단길’, 연남동 ‘연리단길’, 송파동 ‘송리단길’ 등이 잇따라 생겨났다. 지방도 마찬가지여서 경주 ‘황리단길’, 전주 ‘객리단길’, 부산 ‘해리단길’ 등이 인기를 끌었다. 불과 4~5년 만에 전국에는 20여곳이 넘는 ‘○리단길’이 생겨났다.

그러나 골목상권의 부침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어느 동네가 급부상하는 동안 다른 동네는 소리소문 없이 가라앉는다. 서울이라면 송리단길, 익선동, 성수동 등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는 반면에 삼청동과 북촌 한옥마을, 망리단길 등은 어느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잘 나가던 ‘○리단길’의 쇠퇴엔 높아진 임대료라는 공급 측 요인과 젊은층의 유행 급변이라는 수요 측 요인이 맞물려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최고 핫플레이스는 ‘송리단길’ 

요즘 서울에서 최고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곳은 서울 송파구의 이른바 ‘송리단길’이다. 석촌호수 주변에서 송파나루역으로 이어지는 ‘송리단길’은 시내에서 호수 경관을 즐길 수 있고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이 많아 지난해부터 젊은이들의 발길이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코리아가 지난해 상권별 월 평균 누적 인스타그램 게시글 수 증가율 등을 분석한 결과, 송리단길 사진을 게시하거나 언급된 글의 빈도와 증가 속도가 가장 높았다. 한 달에 평균적으로 올라오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증가율이 39.2%로, 서울의 주요 상권 평균(4.3%)의 9배에 달했다.

‘연트럴파크(연남동+뉴욕 센트럴파크)’ 라는 별칭이 붙은 연남동 역시 인기다. 가좌역에서 홍대입구역 사이 연남동은 주택가 골목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식당과 서점, 공방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주택가에서 숨겨진 맛집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평을 받는다.

예스러운 분위기를 찾는 젊은층이 전에는 북촌 한옥마을이나 1970~1980년대 감성이 남은 통인동 부근으로 모여들었다면, 최근에는 익선동과 을지로다. 복고풍을 세련되게 재해석한 ‘뉴트로(New+Retro)’의 인기에 힘입었다. 외식업계에 부는 복고풍 카페ㆍ빵집의 부상과 맞물린 현상이다. 이 밖에도 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역을 잇는 ‘샤로수길(‘샤’자와 유사한 서울대 마크+가로수길)’과 성수동 카페거리 역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핫플레이스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경리단길에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홍인기 기자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경리단길에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홍인기 기자

 ◇유행에 뒤처져 내리막길 걷는 ‘삼청동’ 

반면 서울의 대표 관광코스이자 경리단길과 함께 골목상권을 이끌어 갔던 삼청동길은 2016년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5~6곳 중 1곳은 공실로 보고 있을 정도로 빈 상가가 늘고 있다.

삼청동길은 2010년대 초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가게들이 크게 늘어났다.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 증가로 인해 늘어난 매출이 상승한 임대료를 보완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매출 감소가 공실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삼청동의 경우 고유의 분위기를 살리기보다는 화장품 가게 등 다른 지역에 비해 관광객을 겨냥한 판매시설 비중이 높았고 여기에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상권이 죽어버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때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였던 망원동 ‘망리단길’ 역시 최근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망리단길’은 인근의 홍대ㆍ합정동ㆍ상수동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젊은 소상인들이 망원시장 부근 주택가로 채식주의자 전용 음식점과 카페 등이 옮기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핫플레이스였던 지역이 쇠락하는 원인으로는 천정부지로 뛴 임대료가 첫손에 꼽힌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상인들이 급변하는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수요자인 젊은이들이 새로운 지역으로 떠나버리는 것 또한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설령 임대료가 높더라도 수요가 떠받쳐준다면 상권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사한 아이템을 가진 상점들이 몰리면서 다양성이 사라지는 점 역시 몰락의 한 요인이다.

이 때문에 최근 한창 뜨고 있는 송리단길 등도 유행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경리단길이나 삼청동을 따라갈지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진원창 C&W코리아 리서치팀장은 “최근 새롭게 뜬 핫플레이스들은 음식 맛 외에 디자인이나 창의적인 콘셉트를 부각한 카페ㆍ식당들이 골목상권에 함께 조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유행하다 보니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선호하는 수요가 많아져 유행 상권의 흐름이 굉장히 빨라졌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