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잘못해서 미안해.”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70)씨가 재판을 막 끝낸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서 가볍게 끌어안고 볼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히 건넨 위로의 말이다.
2일 이씨와 조 전 부사장 모녀는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 연달아 출석했다. 두 사람은 2013년부터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위장한 필리핀 여성들을 가사도우미로 고용,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먼저 재판을 받은 이씨는 불법 여부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사도우미 고용을 대한항공 비서실에 부탁했을 뿐, 방법에 대해 지시하지 않았고 부정한 방법으로 고용됐다는 사실 또한 몰랐다”고 말했다. 이씨 부탁을 받은 대한항공 쪽에서 알아서 진행한 일이란 얘기다. 지시 여부 등을 두고 다툼이 있어 다음엔 이 부분에 대한 증언을 듣기로 하고 재판을 끝냈다.
이씨는 자신의 재판이 끝났지만 돌아가진 않았다. 방청석에 앉아 그 다음인, 딸 조 전 부사장 재판을 지켜봤다. 조 전 부사장 주장도 비슷했다. 변호인은 “여성으로서 늦은 나이인 39세에 아들 둘을 낳아 육아와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데 주말에도 일하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부러 법을 어긴 건 아니란 얘기다. 조 전 부사장은 직접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니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며 머리를 숙였다.
조 전 부사장 재판은 다툼이 없어 바로 마무리됐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벌금 1,500만원, 함께 기소된 대한항공 법인에 3,000만원을 구형했고, 안 판사는 선고 날짜를 다음달 11일로 정했다. 재판을 끝낸 모녀는 준비된 차를 타고 말없이 법원을 떠났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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